미국 경제 회복세, 중동·일본발 악재도 못 꺾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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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

중동 불안과 동일본 대지진 악재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전국적으로 고르게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금융위기 이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취해온 경기부양책을 거두는 ‘출구전략’을 촉구하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미 연준이 전국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의 경기동향 조사를 취합해 분석한 ‘베이지북’에 따르면 2월 말~4월 초 미국 경제는 전국적으로 고른 회복을 보였다고 연준이 13일(현지시간) 밝혔다. 12개 지역 모두에서 제조업 공장 가동은 늘었고 소비자 지출도 살아났으며 고용도 회복됐다는 것이다.

 연준은 특히 휘발유 값이 치솟았음에도 소비지출이 12개 전 지역에서 늘어난 데 고무됐다. 아직은 생활필수품이나 저가상품에 소비가 집중되고 있다. 그렇지만 자동차 판매와 여행자 증가 현상도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2개 지역 중 캔자스시티와 세인트루이스를 제외한 10곳에서 고용도 늘어났다. 7개 지역에서 상업용 부동산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였으나 주거용 부동산시장은 12개 전 지역에서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했다. 연준은 소비지출 증가와 에너지가격 상승이 당분간 물가오름세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은 9% 안팎의 실업률이 떨어지지 않고 있어 소비지출 증가세가 물가 불안을 초래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려했던 악재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세가 꺾이지 않자 출구전략에 착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연준 제임스 불러드 총재는 이날 “지난해 가을 연준이 2차 양적 완화 정책을 결정했을 때 예상했던 것보다 경기회복세가 빠르다”며 “출구전략에 착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출구전략을 시작하더라도 금리 인상보다는 연준이 보유하고 있는 2조6500억 달러의 채권을 시중에 내다파는 방식으로 시중자금을 흡수하는 작업을 선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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