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잔〉, 여전히 선두…한달동안 6백만 관객 동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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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5개 극장으로 확대 개봉된 디즈니의 〈타잔〉이 이번주에도 역시 지칠줄 모르는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잇는 바캉스를 맞이했지만 별다른 화제개봉작 없이 〈타잔〉은 이번주에도 백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타잔〉은 한달 동안 6백만에 가까운 관객이 관람했고, 이때까지 디즈니의 최고 흥행작 〈라이온 킹〉의 천만명과 〈알라딘〉의 7백5십만명에 보다 가깝게 다가섰다.

〈타잔〉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여 경합을 벌이고 있는 007시리즈 19탄 〈언리미티드(Le monde ne suffit pas)〉는 일부 극장에서 간판을 내리고 있지만 바캉스 특수로 5십만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해 다시 2위를 탈환했다. 지난주에 〈시간의 종말(La Fin des temps)〉이라는 제목으로 2위로 개봉한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의 〈엔드 오브 데이즈〉는 5위로 떨어졌는데 박스오피스 내에서 지난주에 비해 관객수가 줄은 유일한 영화로 기록되는 치욕을 당했다.

그외는 지난주와 별다른 변동없다. 〈저스트 메리드..(Just Married... ou presque)〉로 개봉한 리차드 기어와 줄리아 로버츠의 〈런어웨이 브라이드〉나 화장실 유머를 구사하는 〈아메리컨 파이〉 등 몇몇 철지난 헐리우드표 코미디 영화와 티벳의 실제 삶을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화면에 담은 〈히말라야, 지도자의 어린시절(Himalaya, l'enfance d'un chef)〉 등이 30십만 내외의 관객을 동원하며 순위를 지켜가고 있다. 특히 〈아메리컨 파이〉는 66개 극장이라는 제한된 극장에서 개봉중이지만 3주동안 백만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여 효자소리를 듣고 있다.

〈라붐〉시리즈나 〈유 콜 잇 러브〉의 작가인 다니엘 톰슨의 감독 데뷰작인 〈크리스마스 트리(La Buche)〉는 엠마누엘 베아트나 샤를로뜨 갱스부르, 끌로드 리쉬 등 화려한 출연진을 내세워 최근 개봉한 프랑스 영화중에서는 유일하게 백만 이상의 관객이 관람한 영화로 기록되었다. 또한, 아마존에서 실종된 아버지를 찾는 꼬마와 두 할머니의 수다가 섞인 어드벤츠형 코미디 〈프랑스인의 아들(Le Fils du Francais)〉은 408개 극장으로 확대 개봉되었지만 십만을 겨우 넘어 냉담했던 언론의 평을 뒤엎지는 못했다.

이번주는 현역 배우이기도 한 삼 카르만(Sam Karmann)의 첫번째 장편영화 〈케네디와 나(Kennedy et moi)〉 만이 새로이 박스오피스에 진입했다. 주인공인 시몽 뽈라리스(장-삐에르 바크리, 〈디디에〉에서 디디에를 맡아 기르던 대머리 아저씨)는 성공한 작가이지만 최근 별다른 이유없이 글쓰기를 관뒀다. 두 아이들과도 대화가 없고, 좋아하던 정원 손질마저 하지 않는다. 급기야는 아내의 정부와도 맞닥들이고, 치과에 가서는 의사를 물기까지 한다. 결국 정신과 의사를 찾는 40대 중년인 주인공의 일상을 비록 코미디 형식을 차용했지만 정확한 시선으로 풀어가는 영화이다. 프랑스의 유명한 출판사인 Seuil의 편집자 장-뽈 드부와의 원작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대부분의 언론은 주인공역을 맡은 바크리의 연기에 찬사를 보냈으며 특히, 액스프레스의 삐에르 뒤프렌느는 "주인공의 내면을 형상화하는 영화음악까지 잘 맞아 떨어진 근래에 보기드문 수작"이라고 호평했다. 프르미에의 장-이브 까트랑는 "우리는 불행한 시지프스이다. 우리도 이제 편안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고 주인공의 선택에 찬사를 보내는 것으로 감독에 대한 호평을 대신했다. 하지만 좌파적 성향이 강한 리베라시옹의 장- 마끄 라란느만 "영화 곳곳에서 나타나는 부르조아적 사고와 원작에서 나타난 존재에 대한 타자적 시선의 부재"등을 이유로 들며 이 영화를 혹평했다.

감독 삼 카르만은 〈케네디와 나〉에 단역으로나마 직접 출연했고, 최근에는 〈하늘, 새 그리고 엄마(Le Ciel, les oiseaux et... ta mere!)〉나 〈우리에게 남아있는 것들(Ca reste entre nous)〉 등 배우활동에도 충실한 편이다. 92년 〈옴니버스(Omnibus)〉라는 단편영화로 오스카 최우수 단편영화상과 영국 아카데미 최우수 단편영화상으로 감독적 역량을 이미 인정받았다.

덧붙임: 〈타잔〉의 질주는 해를 넘겨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12월 29일 개봉일 당일 성적표도 이번주와 변동없이 여전히 〈타잔〉이 6주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끌로드 르로쉬 감독의 〈모두를 위한 하나(Une pour toutes)〉나 이태리 영화 〈Kaos II(Tu Ridi)〉, 디즈니의 〈판타지아 2000〉 등 눈길을 끌만한 영화가 몇편 개봉했지만 박스오피스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영화에 대해서는 다음주에 자세히 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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