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회장·행장 등 14명 영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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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부실 저축은행들의 불법대출 의혹 등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는 11일 부산저축은행 박연호(61) 회장과 김양(59) 은행장, 김민영(65) 부산2저축은행장을 비롯한 대주주와 계열사 대표 등 14명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상호저축은행법 위반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 청구 대상에는 은행 감사들도 전원 포함됐다.

 부산저축은행 최대주주인 박연호 회장은 고(故) 박인천 금호그룹 설립자의 큰 조카인 박상구 부산저축은행 전 회장의 아들이다.

박 회장은 이 은행의 지분 5.29%를, 김양 은행장은 4.71%를 갖고 있다. 오너 일가를 비롯한 경영진의 지분율은 37.49%다. 김민영 부산2저축은행장은 아들(31)이 대표로 있는 창아트갤러리에 2008년 2월부터 2010년 4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92억6000만원을 불법대출해 준 사실이 지난달 25일 확인됐었다.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은 부산저축은행도 아홉 차례에 걸쳐 133억3000만원을 불법대출해 준 혐의가 있다고 밝혔었다. 이들은 창아트갤러리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일부 자금을 빼돌린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 등은 2006년 이후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부실 위험성이 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많이 했다. 그 과정에서 상호저축은행법에 명시된 동일인 대출한도 규정(자기자본 20% 이내)과 PF 대출한도 규정(총대출의 30% 이내)을 어기고 부정대출을 해 준 혐의가 있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박 회장 등은 이른바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대거 세우고 신안·고흥 등 120여 개 사업장에 불법으로 수조원대의 부동산 PF 대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부산저축은행이 2008년 대전저축은행과 고려저축은행을 잇따라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금융감독원과 산업은행 등 금융권 인사 8명을 이사·감사로 영입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이 금융권과 금감원 고위층을 상대로 감사 무마 로비 등을 벌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로비 대상 여부와 대상 등을 확인하고 있다. 대검 고위 관계자는 “현재 금감원 등에 대한 로비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단계”라며 “정·관계 로비 관련 의혹이 제기되면 본격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조사가 계속되면서 정·관계 로비사건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대검 중수부는 지난달 15일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 5개 은행(부산저축은행, 부산2저축은행, 중앙부산저축은행, 대전저축은행, 전주저축은행)과 주요 임직원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으며 그간 계열사 임직원 등 60여 명을 불러 조사했다.

임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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