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 IT 혁명] "사운 걸렸다" 인터넷에 뭉친 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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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말 삼성SDS의 유니텔과 삼성물산 쇼핑몰 사업이 통합될 것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삼성물산의 주가가 하락했다.‘쇼핑몰 사업을 왜 떼내느냐.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투자자의 항의가 빗발쳤다.삼성물산은 공시·보도자료·현명관 부회장의 기자회견 등을 통해 “사실무근이며 인터넷을 21세기 핵심사업으로 선정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지난해 초 미국 메를린치증권의 코만스키 회장은 ‘우리는 국익을 위해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거래에 관심없다’고 말했다가 주가가 떨어지자 지난해 7월부터 사이버 거래를 도입하기도 했다.단지 사업을 하는 지 여부가 해당 기업의 주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인터넷 사업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금 기업들은 인터넷을 향해 일제히 달려가고 있다.주요 기업의 최고 경영자(CEO)들은 한결같이 인터넷을 제1의 전략산업으로 내세우고 있다.삼성 이건희 회장은 “인터넷에서 뒤떨어지면 영원히 낙오자가 된다”,SK(주)의 최태원 회장은 “인터넷은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트렌드로 전력 투구해야 한다”며 인터넷 사업을 진두 지휘하고 있다.

기업들은 지난해말 새해 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수십억∼수천억원씩을 인터넷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잇따라 발표했다.한화그룹은 3천억원,SK상사는 3천8백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김형주교수는 “대기업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인터넷으로 몰리는 감이 없진 않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복잡한 의사결정 체계·전문인력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왜 인터넷인가=기업들은 생존 차원에서 인터넷 사업에 접근하고 있다.인터넷이 일반화되면서 사업영역이 재편되고 있는데 발빠르게 변신하지 않는 기업은 살아남지 못한다는 초조감에 사로잡혀 있다. 삼성물산 현명관 부회장은 “우리 회사의 흥망은 1∼2년내 인터넷 비즈니스를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비즈니스의 규모가 급성장하는 점도 기업들루선 큰 매력이다.삼성경제연구소는 세계 인터넷 비즈니스 시장이 98년 3천3백60억달러에서 2003년에는 8조1천1백억달러에 이를 것이며 매년 89%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넷사업 진출 현황=98년 후반부터 대기업들이 뛰어들기 시작했다.현대·삼성·SK 등이 주도하는데,주로 ^포털(portal·관문)서비스^판매^중개^콘텐츠(contents) 등 4개 분야에 집중돼 있다. 대부분 기업들은 기존 사업의 부가가치를높이기 위해 4개 분야 중 필요한 쪽으로 특화하고 있다.^삼성물산 등 종합상사는 무역^현대자동차 등 자동차 회사들은 차 판매^삼성·LG전자 등 가전업체들은 가전 쇼핑몰과 콘텐츠 사업^증권사들은 주식 사이버 거래 등에 집중하고 있다.정보통신부 김용채 사무관은 “기존 산업과 인터넷을 연계하면 물류비용이 줄어드는 등 경쟁력이 높아져 매출이 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게 된다”고 말했다. 고유 업종에서 한 단계 발전한 새 사업을 추진하는 곳도 있다.현대종합상사는 인터넷을 통해 컴퓨터·사무기자재 등 사무용품 공급 및 관리 서비스를,삼성물산은 음악전문 포털사이트 및 종합 엔터테인먼트를 시작했다.삼성전기·LG화학처럼 인터넷을 통해 자재나 부품을 조달하고 완성된 제품을 파는 형태의 비즈니스는 이미 일반화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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