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보린은 15세 이하는 먹으면 안돼… 임산부·노령층도 단일제제 먹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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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약 복용법  이탈리아 나폴리 성 아스프레노 성당의 성 아스피리누스 동상 발 밑에는 사람 머리만한 구멍이 뚫려 있다. 두통의 신(神)이라 불리는 아스피리누스(베드로의 제자이자 나폴리의 첫 번째 주교)의 발 밑에 머리를 넣으면 두통이 가라앉는다는 전설 때문이다. 다국적 제약회사 바이엘의 두통약 아스피린은 이 아스피리누스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 두통은 고대부터 인간의 ‘두통거리’였다. 하지만 마땅한 치료법이 없었다. 고대 서적에 따르면 머리를 돌에 부딪히게 해 두통을 가라앉히려고도 했고(그리스도교 고문서에 나온 성자의 치료법), 겨자 팩과 냉수욕으로 편두통을 달래기도 했다(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제처슨에 대한 기록). 이런 두통은 1890년대 세계적인 제약회사들이 두통약을 개발하면서 치료에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현대인은 조금만 머리가 아파도 약을 구한다. 약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OTC(over the counter) 약 중 하나가 두통약이다. 하지만 쉽게 구할 수 있고 자주 복용하는 약인 만큼 궁금증도 많다.

두통약은 일주일에 이틀 이상 복용하지 않는다. [중앙포토]

Q 두통약에도 종류가 있나.

“크게 단일 제제와 복합제제로 나뉜다. 흔히 아는 약 중에 타이레놀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만 든 단일제제이고, 복합제제는 게보린·펜잘처럼 아세트아미노펜에 카페인과 소량의 혈관수축 성분이 함유된 것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은 통증유발 물질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게보린·펜잘에 든 카페인과 혈관수축제 성분은 아무래도 뇌 쪽에 더 관여하기 때문에 다른 통증보다 두통, 특히 뇌혈관에 문제가 생긴 심한 두통에 효과가 있다. ”

Q 자주 먹으면 내성이 생기나.

“그렇다. 두통도 약에 대한 민감도가 자꾸 달라진다. 한번 잘 듣는다 싶은 약도 반복해서 먹으면 효과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다 그런 것은 아니고, 보통 1주일에 2~3일(하루 최대 용량 2000㎎ 기준) 이상 3개월 정도 복용했을 때 내성이 생긴다고 본다.

주 2~3일씩 몇 년씩 복용하면 그때는 내성 문제를 따나 ‘과용 부작용’을 걱정해야 한다. 매일 같이 먹다 끊으려고 하니 오히려 두통이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스스로 끊을 수 없어 병원에 입원(7일~10일)해야 할 정도다.”

Q 효과가 없을 때 다른 종류를 번갈아 가며 먹는 게 좋나.

“그렇다. 보통 스트레스로 인해 가끔 생기는 긴장형 두통은 단일제제인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두통약부터 복용하는 것이 좋다. 잘 듣지 않으면 용량을 최대치로 늘려본다. 보통 한 알에 500㎎인데 하루 2000㎎까지 복용해도 되기 때문에 한 번에 2~3알씩 먹어본다. 차도가 없으면 복합제제(아세트아미노펜·카페인·혈관수축제 혼합)를 복용한다. 그래도 반응이 없고 두통이 계속 지속하면 일반약으로는 안 듣는 편두통일 수 있다. 병원에서 트립탄 계열의 약물을 처방받아야 한다. 또 이런저런 약에도 반응하지 않는다면 뇌종양·뇌출혈 등의 다른 이유일 수 있으므로 영상촬영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Q 질환별로 유의해야 할 두통약은. 게보린 안전성 논란도 있던데.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두통약을 조심한다. 과량복용 시 심장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가 최근 보고됐다. 수면장애가 있다면 복합제제 사용에 주의한다. 이들 약 한 알에는 커피 한잔을 먹을 때와 같은 카페인(약 40㎎)이 들어있다. 최근 게보린이 재생불량성 빈혈과 뇌출혈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아직 확실한 상관관계가 밝혀진 것은 아니다. 뇌혈관 문제가 있는 사람은 아무래도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두통약을 복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



Q 어린이나 임산부는 일반 두통약 먹어도 되나.

“15세 이하 어린이는 복합제제 사용을 주의해야 한다. 게보린은 금기이며, 펜잘은 주의해야 한다고 보고돼 있다. 소아를 비롯한 임산부와 여러 약을 많이 먹는 노령층은 복합제제보다는 단일제제인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두통약을 복용한다.”

Q 효과 빠르면 무조건 좋은 약인가.

“아니다. 복합제제가 효과는 빠를지 몰라도 그만큼 부작용이 더 많을 수 있다. 카페인이나 혈관수축제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Q 편두통 예방 약도 있다던데.

“편두통의 통증을 줄이려고 예방 치료를 한다. 세로토닌 수치를 높이는 트립탄계열 약물, 베타차단제 등을 3~7개월 복용해 뇌세포 항진을 낮추면 편두통이 와도 가볍게 앓고 지나갈 수 있다.”

Q 두통 시작 시 빨리 복용하는 게 좋나, 기다렸다 먹는 게 좋나.

“두통이 시작되려 할 때 빨리 먹는 게 효과적이다. 화재가 났을 때 초기 진압이 중요한 것과 같다. 하루 2000㎎ 이하로 주2회 이하 복용한다. ”

배지영 기자

  도움말 한림대성심병원 신경과 주민경 교수
중앙대병원 신경과 박광렬 교수
을지병원 신경과 김병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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