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뉴욕 한국문화원에서 가진 나의 사진전을 찾아준 수많은 인연 중 반가운 얼굴이 눈에 띄었다. 문범강 조지타운대 교수였다. 2002년 일민미술관에서 열린 그의 국내 첫 전시 이후 9년 만이다. 그는 각종 수상, 초대전, 개인전, 뉴욕 타임스 리뷰 및 CNN 인터뷰 등 화려한 경력으로 국제적 화가가 되어 있었다. 나는 뉴욕 전시를 마친 후 그를 다시 만나고 싶어 워싱턴으로 갔다. 문범강-수미타 김 부부는 기차역까지 마중나와 있었다. 김정희라는 한국 이름으로 VOA(미국의 소리) 방송기자였던 수미타는 몽고메리대학 미술학과 과장이 되어 있었다.
PORTRAIT ESSAY 이은주의 사진으로 만난 인연
23년 전 어느 잡지의 요청으로 미국에서 문범강을 처음 만났었다. 당시 ‘천경자 화백의 사위’라고 밝히는 것을 완강히 꺼렸던 문범강은 “이제는 상관없다”고 했다. 이제 ‘BG Muhn’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세계 화단에서 통하는 위상을 가졌기 때문일까. 그는 “내재된 에너지를 독창적으로 품어내고 싶은 열정, 그것을 먹고 사는 화가”라고 자신을 묘사한다. 누구보다 도도한 자긍심과 깊은 철학을 지니고 있는 문범강과의 만남은 이번 미국 여행이 안겨준 큰 선물이 됐다.
이은주씨는 1981년 제30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사진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국내외에서 개인전을 20여 회 했다. 저서로 사진집 『108 문화예술인』『이은주가 만난 부부 이야기』 등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