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은 적게 지출은 많이 잡아” … 대학등록금 ‘고무줄 인상’ 도마 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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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림 덕성여대 총학생회장(왼쪽 둘째)과 학생들이 5일 서울 쌍문동 덕성여대 학생회관 앞에서 등록금 인상 반대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김 총학생회장은 지난달 30일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며 삭발했다. [김도훈 기자]


5일 오후 고려대 본관 총장비서실. 이 학교 재학생 10여 명이 바닥에 앉아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학생처에 이어 4일부턴 총장비서실을 점거했다. 학생들은 “학교가 등록금 문제에 대해 성의 있는 답을 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전국 대학가가 등록금 투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며 일주일간 채플 수강을 거부키로 했다. 개교 12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덕성여대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은 삭발을 감행했고 동국대·서강대·인하대 등도 등록금 문제를 두고 학교와 대립 중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2011년 대학별 등록금을 가집계한 결과 4년제 대학의 경우 국공립대학 등록금이 연간 평균 425만6000원으로 2011년보다 1.1% 올랐다. 사립은 767만7000원으로 2.3% 인상됐다. 3% 이상 인상한 대학도 건국대·단국대·중앙대·동아대 등 4년제 57개교, 전문대 21개교나 됐다.

 대학들이 내세우는 등록금 인상의 근거는 ▶건물 신·개축에 따른 공사비 증가 ▶교육환경 개선 비용 및 관리운영비 증액 ▶물가 인상을 고려한 제반 비용 증가 등이다. 그러나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많은 대학이 예산을 편성할 때 수입은 축소하고, 지출은 실제 내용보다 더 많이 잡고 있다”며 “결산이 끝나면 이월분이라며 이를 적립금으로 남기는 방식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각 대학이 짜임새 있게 예산을 마련하고, 학교 운영에 사용되는 재단전입금을 늘린다면 등록금을 충분히 동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등록금 ‘4.9% 인상안’을 밝힌 동국대는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자 인상률을 2.8%로 낮췄다. 그러나 동국대 권기홍 총학생회장은 “최초 예산을 어떻게 짰기에 한 번에 절반 가까이 인상폭을 줄일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학교 측에 정확히 어떤 항목에서 인상예상분을 줄인 것인지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으나 마땅한 답이 없었다”며 “동결을 목표로 계속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학교 재학생을 비롯한 학생들은 또 등록금심의위윈회(등심위)에 학생들의 실질적인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등심위는 대학이 일방적으로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을 막고 학생들이 등록금 책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마련한 기구다.

 연 1000만원에 이르는 고(高)등록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가 대학 지원금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등록금 문제를 연구해온 등록금넷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대학 예산에서 국가 지원금이 평균 70~80%를 차지하고 민간 부담률(등록금)은 20%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은 그 반대로 등록금이 많게는 70~80%를 차지한다는 것. 또 국내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은 5조원 규모로 OECD 국가 평균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임은희 연구원은 “공교육 재정을 늘려 최소 10조원으로 지원 규모를 확대해야 OECD 평균에 도달한다”며 “불필요한 사업 등에 쓰이는 세금을 고등교육 쪽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송기창(교육학) 교수는 “한정된 국고지원금으로 부실대학까지 연명할 수는 없다”며 “정부의 지원을 늘리되 장기적으로는 부실 대학들의 구조조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송지혜·심서현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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