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선정 '99 문화 새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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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문화계는 금기에 도전하거나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인물 덕에 활력이 넘쳤다. 퇴폐적 데카당스가 풍미하던 19세기말 서구의 세기말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우리 문화계의 세기말은 건강했고 또 미래지향적이었다.

새뚝이들이 그 길을 앞장섰다. 설치미술가 이불은 '노래방'설치로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상을 수상, 한국관 작가 3회 연속 수상이란 쾌거를 이룩했다.

테너 이현은 일본과 헝가리 무대에 진출, 한국인의 성가를 높였고 뮤지컬퍼포먼스 '나타'는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참가, 호평을 받아 브로드웨이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이들의 맹활약이 새천년 '문화의 세기'를 훤하게 밝히고 있다.

▶끊임없는 열정 '세계적 상품'일궈 : '난타'제작 송승환

한국 극단으로는 처음으로 지난 8월 세계 최대의 공연예술시장인 에딘버러 페스티벌 프린지 섹션에 초청받은 PMC환 퍼포먼스의 비언어극(넌버벌 퍼포먼스) '난타'(영어제목 쿠킹)는 페스티벌 내내 매진을 기록하며 최대의 화제작으로 꼽혔다.

지난 97년 초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난타'를 끊임없이 수정해 '물건'으로 만들어 낸 사람은 바로 제작자 송승환(42)씨.

많은 제작자들이 작은 성공에 안주하는데 반해 송씨는 '난타'를 세계 공연시장에 내놓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내년 1월 일본에서 3주동안 펼쳐지는 '난타' 초청공연의 개런티는 주당 6만5천달러선(약7천8백만원). 하지만 목표대로 오는 10월 오프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면 그 이후는 최소 주당 12만달러는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헝가리 오페라무대 잇단 주역 : 테너 '왕별' 이현

테너 이현(36.중앙대 강사)은 오페라 무대에서 무척 바쁜 한해를 보냈다.

창작오페라 '백범 김구' '산불'을 비롯, 프랑시스 풀랑의 오페라 '티레지아스의 유방'의 국내 초연, 에술의전당 주최 오페라페스티벌 참가작 '나비부인' 등 국내 언론의 주목을 받은 굵직한 공연에서 주역을 맡는 등 국내 정상급 테너 자리를 확실히 다졌다.

뿐만 아니라 지난 7월 일본 최대 음악매니지먼트사인 재팬아트 소속 아티스트로 기오이홀에서 독창회를 가진데 이어 헝가리 등으로 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일본오페라타협회가 제작한 '미소의 나라'주인공 스홍왕자 역으로 발탁돼 부다페스트에 진출한 것. 그는 오는 28일부터 1월 1일까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송년 밀레니엄 콘서트, 내년 3월 '카발렐리아 루스티카나'의 도쿄 공연, 9월 요코하마 월드컵 콘서트에도 출연한다.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상 쾌거 : 설치미술가 이 불

베니스 비엔날레 3회 연속 특별상 수상. IMF이후 우울하기만 하던 미술계에 한줄기 햇살처럼 날아든 낭보였다.

전수천.강익중에 이어 세번째로 고국에 특별상을 선물한 이는 설치미술가 이불(35)씨. 수상작은 대중문화 비판의 메시지를 담은 노래방 캡슐 설치 '속도보다 거대한 중력'이었다.

지난해 말 아트선재센타에서 열린 첫 개인전에서 '사이보그' 연작으로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인정 받았던 그녀는 "설마 한국이 3회 연속 상을 타겠느냐"는 대부분의 예상을 멋지게 '배신'하고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21세기를 주도해 나갈 영 아티스트'로서 입지를 굳혔다.

베니스 이후 그녀는 '한국에서 가장 바쁜 작가'중 하나가 됐다. 미국 워커아트센터와 파리 퐁피두센터 그룹전을 포함한 해외전, 그리고 내년 5월 국제화랑에서 열리는 개인전 등 내년 말까지 거의 매달 전시회가 잡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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