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RN, 중성미자 질량 확인 실험 본격 추진

중앙일보

입력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중성미자(中性微子.뉴트리노)의 질량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영국 과학전문지 `네이처''는 최근호(12월 23일자)에서 뉴트리노의 질량을 확인하기 위해 제네바의 CERN에서 이탈리아 로마 근처의 그랑 삿소연구소로 뮤온 뉴트리노 빔(beam)을 발사하는 대규모 연구가 추진된다고 밝혔다.

이 실험은 지난해 일본 슈퍼 카미오칸데의 국제 연구팀이 내놓은 `우주에서 날아온 뮤온 뉴트리노의 일부가 타우 뉴트리노로 변환(oscillation)되는 현상을 포착했다''는 연구결과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이 연구를 주관하는 이탈리아 입자물리연구소(INFN)가 `오페라(OPERA).이카노(ICANOE)''라고 이름붙인 이 실험은 제네바 지하의 CERN 입자가속기에서 강력한 뮤온 뉴트리노 빔을 730㎞ 떨어진 로마 근처 그랑 삿소연구소를 향해 발사하는 것이다.

그랑삿소연구소는 CERN에서 발사돼 730㎞의 땅속 여행을 하고 날아온 뮤온 뉴트리노 빔을 관측, 그중에 일부가 타우 뉴트리노로 변환됐는지를 정밀 조사한다.

이 연구에서 CERN을 출발한 뮤온 뉴트리노가 땅속을 지나면서 타우 뉴트리노로 변환됐다는 것이 밝혀지면 뉴트리노가 질량을 가진 입자라는 것이 확인되는 것이다. 이 연구는 2005년부터 실험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 실험에 필요한 4천500만 달러는 이탈리아 INFN이 3분의2를 부담하고 독일과 스위스, 프랑스 등 CERN 회원국이 나머지를 부담할 계획이다.

뉴트리노는 전자(electron), 뮤온(μ), 타우(τ) 등 3가지가 있으며 학계는 지금까지 뉴트리노를 물질의 기본 구성입자로 질량이 없고 에너지만 가진 것으로 추정해 왔다.

그러나 슈퍼카미오칸데 연구팀이 뮤온 뉴트리노가 타우 뉴트리노로 변환되는 현상을 포착했다고 발표한 뒤 뉴트리노의 질량유무는 세계 물리학계의 가장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뮤온 뉴트리노가 다른 뉴트리노로 변환된다는 것은 곧 뉴트리노가 질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것이 최종 확인될 경우 뉴트리노의 질량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 우주 탄생과 진화 등 기존 물리학이론은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

또 뉴트리노의 질량은 `실종된 우주질량''을 찾아내는데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류가 실제 관측을 통해 찾아낸 우주질량은 이론상 존재해야할 질량의 10%에도 못미치며 나머지 90% 이상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과학계가 확인되지 않는 90% 이상의 우주질량을 설명하기 위해 내놓은 개념이 `암흑물질''이며 암흑물질을 구성하는 주요후보로 꼽히는 것이 바로 뉴트리노이다.

뉴트리노의 이런 중요성 때문에 일본과 미국도 비슷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 슈퍼카미오칸데 국제 공동연구팀은 지난 6월 250㎞떨어진 곳에 있는 일본 고에너지연구소(KEK)에서 발사된 뮤온 뉴트리노 빔을 검출해내는데 성공, 현재 뮤온 뉴트리노가 다른 뉴트리노로 변환되는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또 미국 페르미연구소(Fermi Lab)도 입자가속기에서 뮤온 뉴트리노를 734㎞ 떨어진 미네소타주 수단(SOUDAN)관측소를 향해 발사해 타우 뉴트리노로의 변환을 조사하는 연구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슈퍼카미오칸데 연구에 참가하고 있는 서울대 물리학과 김수봉(金修奉)교수는 ''뉴트리노 질량이 확인되면 물리학 전체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며 ''슈퍼 카미오칸 연구를 통해 뉴트리노 질량 유무가 확인되면 CERN과 페르미연구소의 연구에서 뉴트리노 질량의 실체가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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