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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한달 … 초등학교 가보니 ‘안도·걱정’ 엇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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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일 서울 용산구의 한 초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직접 배식을 하고 있다. 무상급식이 시행되기 전까지 2학년 배식은 아르바이트 도우미들이 담당했다. [김민상 기자]


지난달 2일부터 전국 181개 시·군·구에서 초등학생 대상 무상급식이 시작됐다. 나머지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만 무상급식을 제공한다. 시행 한 달을 맞아 본지가 현장 점검을 한 결과 만족스러워하는 학부모도 있었지만 쇠고기·돼지고기 반찬이 줄고, 인건비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학교도 있었다.

1일 낮 12시 서울 용산구의 A초등학교.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2학년 한 학급의 담임교사가 복도로 나와 급식 배식대를 교실로 옮기려 했다. 밥과 국, 반찬 통이 든 배식대를 혼자 끌던 이 교사는 배식대 바퀴가 교실 문턱에 걸려 움직이지 않자 반 학생 두 명에게 도움을 청했다. 학생들이 겨우 밀어 교실로 옮겨진 배식대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을 나눠줬다. 지난해까지는 이런 일을 모두 아르바이트 도우미 아줌마들이 했다. 무상급식으로 인건비 예산이 줄면서 지난달부터 이 학교 2학년 7개 학급에서는 모두 학생들이 배식을 한다.

 이날 메뉴는 갈비탕과 새우볶음, 도토리묵, 김치, 우유였다. 2학년 학생들이 키가 작은 탓에 국통 바닥까지 국자가 닿지 않아 일부 학생은 갈비탕 국물만 받아갔다.

 무상급식 한 달을 맞아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 긍정적인 반응과 보완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이날 A초등학교에 손자를 마중 나온 구모(74) 할머니는 “질이 낮아진 것 같지는 않고 우유도 공짜로 줘 괜찮다”고 말했다. 2학년 학부모 김모(40)씨는 “한 달에 4만~5만원 하던 급식비를 아껴 학원비에 보탤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하지만 교실에서 만난 3학년 권모(10)양은 “한 달 동안 고기 반찬을 많이 못 먹어본 것 같다”고 투덜댔다. 무상급식에 예산을 밀어 넣다 보니 배식 도우미가 대폭 줄어드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서울교육청이 올 초 정한 1인당 한 끼 무상급식 비용 2457원 중 인건·관리비는 235원으로 고정돼 있다. 지난해보다 45원이 줄어 학교 측은 배식 도우미를 줄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14명이던 배식 도우미를 무상급식 시행 이후 4명으로 줄인 한 초등학교 교장은 “공동식당도 없어 교실에서 배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식당 시설을 지어 주거나 인력을 지원해 주는 게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배식 도우미가 감소하자 엄마들이 번갈아 자원봉사 당번을 하고 있다. 서초구 한 초등학교의 1학년 자녀를 둔 이모(33)씨는 “엄마들이 안 나가면 막 입학한 아이들이 배식을 해야 하니 어쩔 수 없다”며 “무상급식 때문에 맞벌이 엄마들은 불편이 늘었다”고 말했다.

 구제역 파동 등으로 물가가 오른 일부 식품의 사용량은 무상급식 이후 확연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교육청이 124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3월 한 달간 ‘육류 및 단백질 대체식품 급식 사용현황’을 표본조사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3월 3만2236㎏이었던 돼지고기 사용량이 지난달에는 2만5643㎏으로 19.8%나 감소했다. 급식 제공 횟수도 914회에서 766회로 줄었다. 쇠고기도 8.9% 감소했다. 대신 닭고기 사용량은 17.8%, 오리 등 기타육류는 37.6% 증가했다. 두부·생선·계란 반찬도 늘어 학교 급식에서 쇠고기·돼지고기를 맛보기가 쉽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윤지현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가축별 단백질의 품질 차이가 크지 않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면서도 “학교 급식이 식생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는 영양공급에 문제가 될 수 있어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제공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물가인상에 따라 값이 오른 식품에 대해서는 대체식단을 구성하도록 하고 있는데, 공동구매나 생산자단체 직거래를 통해 납품단가를 낮춰 보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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