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 막으려면 매일 30분 이상 걸으세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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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호 15면

할리우드 최고의 여배우인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최근 지병인 심부전으로 타계했다. 많은 팬의 가슴을 아프게 한 소식이다. 의학이 발달했는데도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더 오래 살게 하는 방법은 없었을까.

원장원의 알기 쉬운 의학 이야

‘심장이 없어’라는 최근 유행가가 있지만 사람은 심장 없이는 단 1초도 살 수 없다.
심부전은 심장의 수축력이나 이완력이 감소해 전신에 혈액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고 그 결과 숨이 차거나 몸이 붓고 전신 쇠약감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쉽게 피곤하거나 어지러움이 있을 수도 있고 쉬고 있을 때 맥박이 빠른 현상도 볼 수 있다. 심부전의 원인은 고혈압·심근경색증이 가장 흔하며 최근에는 당뇨병도 심부전의 중요한 원인이다. 당뇨병으로 인해 심장근육이 약해지고 관상동맥질환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40세 남성이 평생 심부전에 걸릴 위험은 약 10~20%라고 하니 남의 일이 아니다. 심한 심부전의 경우 과거에는 1년 사망률이 50%에 달했지만 최근 적절한 약물치료법의 개발로 1년 사망률이 12%로 감소하게 됐다.

심부전 환자가 최선의 약물치료를 받는데도 상태가 악화돼 1년 이상 살기가 불가능하다고 판정되면 심장이식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심장이식은 최근 거부반응을 줄이고 부작용이 적은 면역조절제가 개발되고 수술기법이 발전하면서 수술 후 생존율이 크게 증가했다. 심장 이식 후 1년 뒤 90%가 생존하고 그 이후로 매년 약 4%씩 사망해 3년 뒤에는 약 75%가 생존하게 된다. 국내의 심장이식 성적도 외국에 비해 더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심장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수만 명이지만 심장 제공자는 매우 적다는 것이고 그 비용도 엄청나다는 것이다.

심장이식의 대안으로 조혈모세포 이식술이 거론된다. 간세포와 달리 심장세포는 한번 손상을 받으면 재생이 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2001년 심근경색이 발생한 주변부에서 심근세포의 세포분열 현상이 보고돼 심근의 재생능력 가능성이 제기됐고 이후 많은 연구결과를 통해 사람의 심장도 손상되면 일부 재생 능력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심장의 조혈모세포 이식술이 현재 많이 시도되고 있다. 조혈모세포는 골수나 골격근에서 얻을 수 있는데 골수에서 얻은 조혈모세포가 정말 심장근육으로 분화되는지가 아직 불확실하며, 골격근에서 얻은 조혈모세포를 심장에 이식하면 부정맥이 많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현재까지 심장 조혈모세포 이식의 장기적인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를 보면 그 성적이 일정하지 않다. 그리고 효과가 있어도 증상을 개선시킬 만큼 충분하지 못하다.

한편 심장에서 심장 근육으로 분화될 수 있는 모세포를 추출할 수 있다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제브라피시란 열대어는 심장의 한쪽이 떨어져나가도 주변의 심장근육에서 이를 재생해낼 수 있다고 한다. 아직 사람의 심장에서 모세포를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결국 해답은 심부전의 예방이다. 고혈압 환자의 경우 꾸준히 고혈압 약을 복용하고 짜게 먹는 식습관을 버리고 체중을 관리해 심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게 좋다. 고혈압 약 중에도 심부전 치료에 도움이 되는 약물이 따로 있으므로 의사와 상의가 필요하다. 걷기 등 운동을 매일 30분 이상 하고 기름진 식사를 줄이는 것도 심부전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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