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총장 감금사태로 번진 ‘서울대 법인화’ 뭐기에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서울대가 법인화 문제를 둘러싸고 시끄럽다. 서울대 공무원노조와 대학노조 소속 직원 200여 명이 지난달 31일, 법인화 설립 준비위원회 구성이 잘못됐다며 오연천 서울대 총장을 사실상 감금하는 사태까지 발생한 것이다. 직원들은 1일 오전 3시30분쯤 총장실 농성을 풀었고 오 총장은 오전 4시가 돼서야 귀가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서울대는 교육과학기술부 소속 교육공무원과 기성회 소속 등 직원이 1000여 명이다. 이 중 900여 명은 노조원이다. 이들은 서울대 법인화를 위한 ‘서울대 법인 설립 준비위원회’에 자신들도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학교 측에 요구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수개월 전부터 준비위 참여를 요구했으나 대학본부가 직원들을 배제한 채 준비위 명단을 발표하려고 해 농성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의 입장은 법인화 자체를 반대하는 ‘서울대 법인화 반대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의 입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공대위에는 두 노조 이외에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민교협) 소속 교수들과 총학생회 등이 참여하고 있다. 공대위는 법인화가 ▶돈 되는 학과만 키워 기초학문을 고사시키고 ▶등록금을 올려 균등한 교육의 기회를 박탈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교수와 학생들이 서울대 법인화를 ‘신자유주의의 폐해’ 등 ‘철학적’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직원들은 공무원 신분 상실이란 현실적인 이해관계로 접근한다.

 실제로 서울대가 법인화하면 직원들은 공무원에서 법인 직원으로 신분이 바뀐다. <표 참조> 현재 기성회 직원들은 정부가 아닌 서울대 기성회에서 임금을 받지만 기본 처우는 교과부 소속 공무원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법인화가 이뤄지면 교육공무원이나 기성회 직원 모두 사립대학 직원처럼 정리해고나 성과급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신분이 불안해지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서울대 측은 법인화가 각종 규제를 철폐해 학교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학 측 관계자는 “법인화 이후에도 정부의 재정지원이 계속되고 이사회가 추천한 후보를 대통령이 총장에 임명하는 등 정부와의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는 게 아니다”며 “오히려 교수채용·예산운용 등에서 정부의 간섭이 사라지는 등의 장점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동안 서울대는 해외 유명 대학에서 스타 교수를 영입해도 각종 행정규제로 인한 처우문제 때문에 골치를 앓기 일쑤였다. 해외로 돌아간 사례도 있었다. 또 발전기금 모금도 사립대학에 비해 법적 제한이 많았다. 법인화가 이뤄지면 이런 문제들이 해소된다는 얘기다.

 이번 사태는 앞서 서울대가 학외위원 8명, 학내위원 7명 등 총 15명으로 구성된 설립준비위 명단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준비위는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의 정관 작성, 최초의 이사 및 감사 선임, 법인 설립 등기 등의 업무를 맡는다.

대학노조 관계자는 “법인화로 인해 교직원도 신분 변화를 겪는데 준비위 명단에는 일부 교수의 의견만 반영됐다”며 “교수만 서울대의 주체가 아닌 만큼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달라는 것이 우리의 요구”라고 말했다.

학교 측은 이에 대해 “준비위는 서울대 장기발전과 도약의 기반을 닦기 위한 것으로 경륜을 갖춘 인사가 참여해야 한다”며 “직원 노조나 학생 등 학교 구성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곳이 아니어서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성우·강신후 기자

◆서울대 법인화=정부 밑에 있는 ‘국립 서울대학교’를 독자적인 법인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정부의 각종 규제로 인한 학교 운영의 비효율성과 경직성을 극복하자는 지적과 함께 논의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12년 3월부터 ‘학교법인 서울대’가 출범하게 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