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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다 … 트위스터 맛 어떠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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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정찬성(위)이 지난달 27일(한국시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UFN 24’경기에서 상대인 레오나르도 가르시아에게 트위스터(쥐어짜기)를 걸고 있다. 배에 짙은 주름이 잡힐 정도로 제대로 기술에 걸린 가르시아는 바로 탭아웃(기권)했다. 정찬성은 트위스터로 승리한 유일한 UFC 선수가 됐다. [시애틀=게티이미지]


세계에서 가장 싸움을 잘하는 남자들이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 무대에 모인다. UFC는 미국에서 개최되는 종합격투기의 메이저리그다. 미국·브라질 선수들이 이 무대를 주름잡는다. 아시아 선수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그런데 최근 한 한국인 파이터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정찬성(25·코리안탑팀). 김동현(30)·양동이(27)에 이어 세 번째로 UFC에 진출한 한국 선수다. 그의 이름은 트위스터(twister)라는 단어와 함께 떴다. ‘쥐어짠다’는 뜻이다.

 트위스터는 종합격투기의 서브미션(관절 꺾기나 조르기 등으로 상대의 기권을 받아내는 것) 기술이다. 다리로 상대 선수의 다리를 감고 팔로 목을 감아 비튼다. 걸레를 쥐어짜는 듯한 모습이어서 ‘트위스터’란 이름이 붙었다. 이 기술에 걸리면 빠져나가기 어렵고, 매우 고통스럽다. 그러나 기술을 거는 과정이 복잡해 실전에서 사용하기는 어렵다. UFC가 출범한 1993년 이래 이 기술로 이긴 선수가 없었다.

 미국 팬들과 언론이 열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찬성은 UFC 사상 ‘트위스터’로 승리한 최초의 선수다. 그는 지난달 27일(한국시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UFN 24’에서 레오나르도 가르시아(31·미국)를 2라운드 4분59초에 ‘트위스터’로 제압했다. UFC 진출 후 첫 승. 대전료 외에 ‘서브미션 오브 더 나이트’ 상을 받아 5만5000달러(6000만원)의 부수입도 챙겼다. 외신은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정찬성의 경기였다”고 보도했다.

 경기 후 이틀 만에 한국에 돌아온 정찬성은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했다. 그는 수줍음을 타고 말수가 적은 순진한 청년이다. 그러나 경기 이야기가 나오자 눈이 번뜩였다. 그는 “기분이 너무 좋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위스터를 시도하다 실패하면 자세가 역전돼 반격을 당할 수 있는데, 전광판을 보니 20초가 남아서 모험을 걸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트위스터의 위력에 대해 묻자 ‘잘 모르겠다’고 했다. 정찬성은 “스파링할 때 장난 삼아 기술을 걸어봤을 뿐 경기에서 직접 써본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옆에서 듣던 전찬열 코리안탑팀 대표는 “트위스터는 경추를 비트는 기술이라 고통이 극심하다”고 설명하자 “당해봤어야 알죠”라고 농담을 했다.

 정찬성은 원래 인기가 있는 선수다. 지난해 UFC에 진출해 물러설 줄 모르는 경기 스타일로 상대를 괴롭혀 ‘코리안 좀비’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래서 국내보다는 미국에서 더 유명하다. 정찬성은 “미국에서 훈련을 할 때는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고 사인을 받으러 온다. 한국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장주영 기자

정찬성은 …

●출생 : 1987년 3월 17일

●체격 : 1m75㎝·69㎏

●학력 : 경북과학대학 이종격투기학과

●소속 : 코리안탑팀

●전적 : 11승 3패(UFC:1승2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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