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GM트럭 공장도 멈췄다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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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GM 픽업트럭 생산공장은 일본으로부터 부품 공급이 난항을 겪으면서 21일부터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아날로그 반도체 전문기업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의 일본 이바라키현 공장은 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바람에 7월에나 재가동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현장에서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조업 차질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KOTRA가 30일 발표한 ‘일본 지진 사태가 주요국의 산업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대지진 이후 자동차·정보통신·항공 등 일본 핵심 부품 의존도가 높은 기업의 피해가 컸다.

 보잉의 경우 787기 부품의 3분의 1을 일본으로부터 조달하고 있어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 애플·인텔도 일본으로부터 부품 조달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조만간 생산 차질이 불가피한 것으로 조사됐다.

프랑스 자동차 기업인 르노· PSA푸조-시트로앵도 가동 중단이 우려된다. 르노는 닛산, PSA푸조-시트로앵은 미쓰비시의 플랫폼과 주요 부품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일본 요청으로 4∼5월 액화천연가스(LNG) 10만t씩을 추가로 공급하는 등 일본으로의 에너지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독일과 스페인의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은 일본의 원전사고 이후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중국 전자업체는 명암이 엇갈렸다. 중국에 진출한 소니·도시바·파나소닉·산요 등 일본으로부터의 부품 조달 비율이 높은 업체는 조업 중단 위기를 맞고 있는 반면 스카이워스·하이신 같은 중국 토종 기업은 액정패널 등 핵심 부품을 주로 한국과 대만으로부터 조달하고 있어 이번 지진 사태의 영향권에서 한 발짝 벗어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선희 KOTRA 통상조사처장은 “우리 기업은 지진 사태 이후 일본과 주요 글로벌 기업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앞으로 일본의 재건사업 추진에 따른 대응방안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경제연구소는 ‘동일본 대지진의 경제적 영향과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지진에 따른 재산 피해액이 1995년 고베 대지진의 최대 2.5배에 달하는 16조~25조 엔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진 피해가 없었을 때보다 0.4~0.6%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피해 복구 투자로 경제성장률이 0.7~1.1%포인트 상승하는 효과가 있겠지만 생산설비 파손, 부품 공급 차질, 전력난 등 막대한 생산 손실로 1.3~1.5%포인트 감소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구본관 수석연구원은 “이미 일본은 GDP의 200%가 넘는 정부부채를 보유하고 있어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해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피해복구 비용은 일본의 재정 부실화를 가속하고 정부의 정책운용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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