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날개없는 추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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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이 날개를 잃은채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단순히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상황'이라는 수식어로도 현재의 한진그룹 상황이 설명되지 않을 정도라는 것이 재계의 중론이다.

23일 런던 스탠스테드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화물기 추락사고의 정확한 원인이 대한항공측의 과실인지, 테러 등 외부원인에 의한 것인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기는 하지만 이번 사고로 인해 대한항공을 모기업으로 한 한진은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게 됐다.

지난 97년 8월 괌공항 참사의 원인이 조종사 실사 등 인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최근 결론이 났다. 또 지난해 김포공항, 포항공항, 울산공항 등지에서 잇따라 활주로 이탈사고가 발생했다.

이어 지난 4월 15일에는 중국 상하이공항 화물기 추락사고가 났으며 불과 8개월여만에 런던에서 유사한 사고가 또다시 일어난 것이다. 여기에다 한진그룹 창업주인 조중훈 명예회장을 비롯해 장남 양호, 3남 수호씨 등 사주 일가 3명이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끝에 대한항공 회장을 맡고 있는 양호씨가 구속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올 연말에는 국세청의 추징금 규모가 확정돼 통보될 단계다.

이번 사고로 대한항공이 입을 피해는 적지 않다.

대한항공과 운항편명 및 좌석 등을 공유하는 공동운항(Code Share)
계약을 하고 있는 상당수 항공사들이 이미 이를 잠정중단한 상태이지만 외항사들이 대한항공과의 계약을 계속 꺼릴 수 밖에 없어 영업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에어프랑스, 델타 등 세계 유수 항공사들과의 전략적 제휴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연말 Y2K(컴퓨터 2000년 연도인식 오류)
문제로 항공기 탑승을 기피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항공 항공기를 이용할 예정이었던 승객의 예약 취소가 잇따를 가능성도 높다.

국세청의 추징금 확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비쳐 금액이 다소 높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재계는 한진해운이나 ㈜한진, 한진중공업 등 다른 계열사의 신뢰도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내년중 신형 항공기를 대거 도입해 항공기의 안전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을 마련해왔으나 새천년을 불과 일주일 앞둔 시점에 추락사고를 만나 이미지 회복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그룹의 몰락으로 재계 서열(자산기준)
5위 그룹인 한진이 과연 언제쯤 날개를 되찾을 것인지 주목된다.[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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