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 “민심은 야당에 의석 거저 주지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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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민주당 대표(가운데)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마이크를 넘기고 있다. 왼쪽은 정동영 최고위원. [오종택 기자]

한나라당에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면 민주당에는 요즘 ‘위기론의 역설(逆說)’이란 말이 유행이다. 한나라당의 위기감이 커질수록 여권 지지층은 집결하게 되지만, 내년 총선 승리에 대한 기대치가 커진 범야권은 승리라는 ‘달콤한 파이’를 놓고 후보 난립으로 분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민주당 의원들은 여권의 위기론에도 불구, 총선에 대해 낙관적 전망을 내놓질 않는다.

 민주당 전병헌(서울 동작갑) 정책위의장은 28일 “현 정권에 대해 민심이 이반하고 있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이 의석을 거저 ‘주울 수’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홍영표(인천 부평을) 의원은 “민심이 아무리 나빠진다고 해도 한나라당이 쉽게 무너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29석(한나라당 의원들 예상 의석 평균)이란 말은 엄살 떨기”(백재현 의원·경기 광명갑)라고 말한 의원도 있었다.

 민주당에선 내년 총선의 복병을 ‘위기에 빠진 여권’보다 ‘야권 내부’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등 군소야당과의 단일 후보 조정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20석을 만들겠다고 장담하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모든 야당이 후보를 내면 한나라당을 어떻게 이기겠느냐”고 말했다. 전병헌 의장은 “(야권이) 선거에 유리한 구도가 전개될수록 야권 후보 난립 현상은 심화될 것”이라며 “후보 난립이야말로 야권 연대·연합의 암(癌)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각 지역에선 범야권 인사들 간의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다. 김희철(서울 관악을) 의원은 “민노당 이정희 대표가 내 지역구에서 마치 자신이 야권 단일 후보인 것처럼 홍보한다”며 불만스러워 하고 있다.

 그렇다고 후보 단일화를 위한 야권 연대를 포기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홍영표 의원은 “어떻든 단일 후보를 내야 총선에서 과반 이상을 확보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결국 후보 단일화라는 ‘양날의 칼’을 잡고 민주당은 고민 중인 셈이다.

글=김경진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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