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ㆍ22 대책이 강남 부자들에 유리하다던데

조인스랜드

입력

업데이트

[함종선기자] 분양가상한제 폐지ㆍ취득세 감면ㆍ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 환원 등의 내용을 담은 3ㆍ22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이 나왔지만 부동산시장의 반응은 아직 심드렁하다.

취득세 감면과 분양가상한제 폐지와 같은 긍정적 신호도 있지만 DTI규제 환원이 시장에 끼치는 악영향이 전체적으로 봤을 때 더 크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자산가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방안은 그 어느 부동산대책보다 매력적이다. 우선 취득세 감면으로 주택 구입에 따른 부대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9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는 취득세가 2%에서 1%로 낮아지지만 9억원 초과 주택(1가구 1주택 기준)은 4%에서 2%로 인하폭이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억원짜리 주택을 살 경우 현재는 4600만원의 취득세를 내야 하는데 세율이 인하되면 270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1900만원을 절세할 수 있는 셈이다.

취득세 감면은 고가주택 구입비용 낮춰

강남구 도곡동 정수지 공인중개사는“올 초 9억원 초과 고가주택에 대한 취득세 감면혜택이 없어진 후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 고가 주택거래가 크게 줄었다”며 “고가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일수록 세금 문제에 민감하다”고 말했다.

투자용이나 자녀에게 증여할 목적 등으로 주택을 추가로 매입하는 경우에도 세금 부담이 줄어든다. 다주택자(2주택 이상)일 경우 집값과 상관없이 지금까지는 주택 가격의 4%를 취득세로 내야 했지만 앞으로는 2%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DTI관련 방안도 자산가들에겐 또 다른 주택매입 기회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이번에 DTI 규제를 환원하면서 보완책으로 고정금리ㆍ비거치식(대출 받은 즉시 원금과 이자를 함께 상환하는 방식)ㆍ분할상환대출에 대해서는 DTI비율을 상향 조정(최대 15%포인트) 받을 수 있게 했다.

실수요자들의 주택구입 자금조달 여력을 높여주겠다는 게 취지다. 그러나 정부의 취지와 달리 현실적으로 봉급생활자 등이 이런 방식으로 대출을 받기는 어렵다.

2억원을 연리 6%에 빌리고 5년 거치기간을 둘 경우(20년 만기 기준) 5년간은 매월 100만원 가량의 이자만 내면 되는데 비거치식으로 하면 첫 달부터 180만원 가량을 부담해야 한다. 자녀 사교육비 등을 대기도 벅찬 봉급생활자에게 매달 내는 돈이 배로 늘어나는 건 큰 부담이다.

하지만 자산가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서울 강남권(강남ㆍ서초ㆍ송파구)에서 영업하는 공인중개사들은 DTI규제 이후 자녀 명의로 아파트를 구입하는 자산가들이 크게 줄었다고 말한다.

언뜻 보면 여유자금이 많은 자산가들이 대출 규제 이후 주택 매입을 꺼린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자산가들의 공통적인 고민은 증여세다. 자녀에게 증여세를 최대한 적게 내면서 증여할 수 있는 방법을 자산가들은 항상 찾고 있다는 것이다.

대출규제가 없을 때는 자산가들이 자녀 명의로 주택을 구입함으로써 증여세를 줄였다고 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10억원짜리 주택을 자녀 명의로 구입하면서 7억원을 대출 받는다.

증여세 절세 목적이라면 비거치식 마다할 이유 없어

이렇게 되면 자산가 입장에선 일단 3억원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계산하면 된다. 나머지 7억원에 대해서는 대출 기간 중 매달 원금과 이자를 나눠 내기 때문에 자녀에게 매달 이 돈을 보태 주는 식으로 증여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DTI규제 이후 강남권에서는 집값의 40%한도내에서(LTV규제로), 대출받는 사람의 소득을 감안해 대출이 가능했기 때문에 증여세 관련 매력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자산가들이 이런 증여세 절세 카드를 보다 적극적으로 쓸 수 있게 됐다. 이번 DTI보완책에 따라 매년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는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인 경우 DTI 비율을 10% 포인트 높일 수 있다.

여기에다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으면 5% 포인트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서울 강남권의 경우 DTI한도가 최대 40%이지만 이번 보완책에 따라 이 비율을 55%까지 늘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증여용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라면 빨리 빨리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가는 비거치식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금리가 오르고 있는 추세여서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중장기적으로 유리할 수도 있다는 게 금융회사 관계자들의 조언이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