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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 옷 젖듯 악재 쌓여 … 중산·서민층 삶 고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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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할 한나라당 경선 후보자 합동설명회가 25일 원주시 호텔 인터불고에서 열렸다. 한나라당 권성동 의원, 원희룡 사무총장, 엄기영·최흥집·최동규 경선 후보, 황영철 강원도당위원장(왼쪽부터)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2년 4월 11일 실시되는 19대 총선에선 어떤 결과가 나올까. 현재 171석을 가진 한나라당 의원들 중 대다수는 과반 의석(150석)에 미달할 걸로 봤다. 의원들이 예상한 의석수의 평균은 129석에 지나지 않았다. 중앙일보가 한나라당 당직자와 비례대표를 제외한 지역구 의원 122명을 상대로 내년 총선 성적표를 물어본 결과다.

2004년 4월 17대 총선 때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따른 역풍으로 고전하다 겨우 121석을 건진 한나라당 성적과 별 차이가 없는 전망치가 한나라당 의원들 입에서 나온 것이다.

 이와 관련해 권영세(3선·서울 영등포을) 의원은 “2004년엔 대통령 탄핵이란 정치적 사건 하나 때문에 역풍을 맞았지만 지금은 고(高)물가에 전·월세 대란, 구제역 등 악재(惡材)가 가랑비 옷 젖듯 차곡차곡 쌓이고 있어 더 나쁜 상황”이라며 “지난해 지방선거에 이어 내년 총선에서도 ‘이명박 정권 심판론’이란 바람이 불면 120석을 얻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지역의 한 의원은 “18대 총선 때 우리가 서울(총 48개 의석)에서 40석을 챙겼지만 19대 땐 기껏해야 10~15석 정도밖에 얻지 못할 것”이라며 “서울 의원들은 대부분 패배할까 봐 지금 ‘패닉(공황)’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했다. 이번 조사에서 서울 지역의 한 의원은 내년 총선 때 한나라당이 얻을 의석수를 80석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름을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하면서 “청와대가 발표하는 50% 안팎의 대통령 지지율은 허구이고, 거품이다. 우리가 체감하는 민심은 정말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지지기반인 영남 지역 여당 의원들이 느끼는 위기감도 큰 편이다. 김기현(재선·울산 남을) 의원은 “지금대로라면 울산은 진보정당의 ‘해방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민심 악화의 주된 이유로 ‘물가 상승’(응답자의 62.6%)을 꼽았다. ‘일자리 부족 등 경기 침체’(13.1%), ‘전·월세 대란’(5.1%)도 한몫했다고 밝혔다. 결국 중산층이나 서민이 살기 어렵게 된 게 총선 참패를 걱정할 정도로 민심이 나빠진 원인이라는 게 여당 의원 다수의 진단인 것이다.

 이범래(초선·서울 구로갑) 의원은 “주민들이 동네 재래시장이나 수퍼마켓에서 체감하는 물가는 IMF(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심하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금리 인상을 포함해 물가를 잡기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훈(재선·부산 남갑) 의원은 “부산 공동어시장이 전국의 고등어 80%를 공급하기 때문에 부산시와 한나라당 부산시당이 물가대책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물가잡기에 나서기로 했다”면서 “중앙정부도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응답자 중 63명(51.7%)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민심도 매우 나쁘거나, 나쁜 편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 좋다고 한 의원은 47명(38.5%)밖에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의원은 “내년 총선 때 대통령 인기를 기대하기는커녕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당에선 ‘내년 총선 참패→대선 승리 불투명’ 가능성을 걱정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걸 청와대와 당 지도부는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효식·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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