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170) 5개 키워드로 본 UAE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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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이명박 대통령이 두 번이나 방문한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 아부다비. 이 대통령이 처음 이곳을 방문했던 2009년 말엔 원자력발전소 건설 공사를 우리가 따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올 3월 초 방문해선 원자력발전소 기공식에 이어 10억 배럴 이상의 유전 개발에 한국이 참여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극동의 코리아에 ‘기회의 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동의 아부다비. 불과 2년 새 놀라운 소식이 잇따라 전해진 UAE와 아부다비를 5개 키워드로 정리했다.

아부다비(UAE)=배영대 기자

1. 토후국 7개 토후국 연방 … 대통령제+왕조 융합

걸프해에서 바라본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 아부다비. 우뚝우뚝 솟는 고층 빌딩이 숲을 이룬다. 이곳에서 30분만 달리면 사막이다. ‘오일 머니’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했다. 사막의 도시화에 이어 지금 아부다비는 도시의 문화화를 꿈꾸고 있다. [아부다비=배영대 기자]



두바이는 알아도 아부다비는 잘 모르는 이가 적지 않다. 2000년대 들어 관광코스로 비교적 널리 알려진 도시가 두바이인데, 두바이와 아부다비는 모두 한 나라인 아랍에미리트에 속한다.

아랍에미리트의 영어 표기는 United Arab Emirates. 영문 머리글자를 줄여서 UAE다. 에미리트(Emirate)는 토후국(土侯國)을 뜻한다. 7개의 토후국이 연방을 이룬 대통령제 국가가 아랍에미리트다. 7개 에미리트에는 각각의 전통 왕위가 계승된다. 전통 왕조와 현대적 대통령제가 절묘하게 융합돼 있다. 아부다비와 두바이 이외에 샤자·아즈만·움 알 콰인·라스 알 카이마·후자이라 등이 연합을 구성하고 있다.

UAE는 1971년 12월 2일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며 건국했다. 건국 당시 대통령직은 아부다비 왕가에서 맡고, 총리는 두바이 왕가에서 담당하기로 했던 합의가 지켜지고 있다. 현재 국가원수인 칼리파 대통령은 건국의 아버지로 통하는 고(故) 자이드 대통령의 아들이다. 연방제 국가가 대개 그렇듯 각 에미리트는 상당한 정치적·경제적 자율성을 유지한다. 그 때문에 아부다비나 두바이는 별개의 도시국가처럼 보이기도 한다.

2. 석유 두바이 금융위기로 타격 … 아부다비가 살려



아부다비와 두바이가 서로 ‘잘살기 경쟁’을 하며 UAE를 이끌고 있다. 2008년 이전엔 두바이가 잘나갔다. 두바이는 아랍권 금융과 무역, 정보의 중심도시를 지향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다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의 타격을 크게 입었다. 두바이가 주춤하는 사이 아부다비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 두바이 경제의 도산 위기를 결정적으로 막아준 것은 아부다비의 자금 지원이었다.

UAE 전 국토는 8만3600㎢로 남한 면적의 약 80% 정도다. 이 중 85%가 아부다비의 영역이다. UAE의 대부분이 아부다비 땅인 셈이다. UAE는 석유·천연가스 부국이다. 세계 3대 산유국(매장량 세계 6위)이면서, 천연가스 매장량도 세계 4위다. 이 가운데 원유 생산량의 92%와 가스 매장량의 90%가 집중된 곳이 아부다비이고, 이에 힘입어 연방 재정의 80%를 책임지고 있는 곳도 아부다비다. UAE 7개 에미리트 가운데 무역과 금융으로 경제 자립도를 키운 두바이를 제외하고 나머지 5개 에미리트의 아부다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2008년 금융위기에서 두바이를 구원해 내면서 아부다비는 UAE의 실질적 맏형 역할을 해냈다.

3. 국제화 자국민 인구의 20% … 다양한 종교 자유 보장

아부다비 시내에 세운 그랜드 모스크 내부. 세계 세번째 규모의 이슬람 사원이다. ‘건국의 아버지’로 통하는 자이드 초대 대통령 묘소가 안치돼 있다(위). 3월 초 UAE를 공식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아부다비 시내 알-무슈리프궁에서 칼리파 빈 자이드 알 나흐얀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아래).

UAE는 아라비아만 걸프해 연안에 위치한다.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오만 등과 국경을 접한다. 이슬람교를 믿고 아랍어를 사용하는 아랍권 국가에 속하면서도 색다른 특징을 보인다. ‘중동의 홍콩’으로 불릴 정도로 국제화가 이뤄져 있다. 인구 구조가 그렇다. 흔히 로컬이라고 불리는 자국민은 전체 인구(700만 명 추산) 가운데 20%에 불과하다. 나머지 80%는 외국인이다.

국제화가 이뤄지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아랍어가 공용어이지만 영어도 일상적으로 사용된다. 종교의 장벽도 다른 아랍국에 비해 낮다. 함께 사는 외국인들의 기독교·가톨릭·힌두교·불교 등 다양한 종교생활을 보장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일을 제대로 시키기 위해서도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올해 초부터 아랍 중동 지역에 민주화 바람이 불고 있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재스민 혁명’은 이집트·리비아를 거쳐 바레인·사우디아라비아·예멘 등에 이르고 있다. 거의 안 거쳐간 나라가 없을 정도인데, UAE에서는 아직 민주화 시위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아부다비 텔레비전을 통해 아랍권 민주화 시위 뉴스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일종의 자신감이다.

1971년 건국 이후 지금까지 40년간 아부다비의 알 나흐얀 가문이 UAE의 최고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 33년간 통치한 자이드 초대 대통령은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는다. 곳곳에 그의 이름을 기리는 지명이 새겨져 있다. 그가 서거한 뒤 2004년 대통령직을 승계한 아들 칼리파 현 대통령과 그의 후계자로 내정된 이복동생 무함마드 왕세자 또한 신망이 높아 보인다.

‘시위 무풍지대’가 된 이유는 우선 잘살기 때문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2009년 기준으로 2만8888달러다. 석유값이 뛰면 UAE의 국부도 올라간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세계 정상권의 부자다. 전체 인구 중 토착민만 적용하면 소득 수준은 훨씬 더 높다. 각종 혜택을 받는 로컬들의 소득은 5만 달러에 육박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4. 포스트 오일머니 루브르·구겐하임 분원 들어설 예정

UAE에도 고민이 있다. 자원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원유는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그 이후엔 어떻게 살 것인가. ‘포스트 오일머니’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오일머니의 저력이 발휘되는 지금 아부다비가 변신을 시도하는 이유다.

대안 중의 하나는 아부다비의 국부펀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오일로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을 잘 굴려 오일이 다 떨어질 때를 대비하는 일이다.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기구가 아부다비투자청(ADIA)이다. 아부다비투자청의 펀드 규모는 2007년 말 기준으로 8750억 달러로 막대한 규모다.

또 하나의 새로운 컨셉트는 문화와 관광이다. 지금 석유의 도시 아부다비는 문화도시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사막과 석유는 과거의 상징이다. 새로운 상징물을 만들어낸다. 2007년 발표된 ‘아부다비 2030’ 프로젝트는 아부다비의 미래로 가는 로드맵이다. 7성급의 에미리트 팰리스 호텔, 웅장함과 화려함을 자랑하는 그랜드 모스크 등은 아부다비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새로 생기는 문화현상이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의 아부다비 분원이 설립된다. 2013년 문을 연다는 계획인데, 세계 최고 수준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사막 한복판에 들어서는 셈이다. 세계의 저명 대학을 유치하는 계획도 세워놓았다. 미국 뉴욕대가 올해 이미 문을 열었다. 아부다비 뉴욕대의 첫 신입생 가운데 한국인 8명이 포함돼 있다. 프랑스의 명문 소르본 대학도 아부다비에 개교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3월 14일 열린 ‘아부다비 국제도서전’은 문화도시로 변모하는 아부다비의 현재를 잘 보여준 대표적인 행사였다. 21회째를 맞는 올해부터 아랍지역 행사를 넘어 명실상부한 국제 도서전으로 거듭나려고 했다. 이를 위해 세계 최대의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조직위와 아부다비 문화유산청이 조인트 벤처 형식으로 올해의 도서전을 지휘했다.

5. 한류 한국 영화·가요 젊은이들에 인기

UAE 거주 한국인이 몇 년 새 크게 늘고 있다. 2011년 들어서는 매달 100명씩 느는 추세다. UAE 거주 교민 수는 2008년 말 3700명이었으나 현재는 62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얼마 안 있어 교민 1만 명 시대가 오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아부다비에도 한류(韓流) 바람이 분다. 한국의 영화·드라마·가요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다. 이곳의 텔레비전에서 KBS월드(국제방송)를 통해 각종 쇼 프로그램과 드라마, 뉴스를 볼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하기도 한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이들도 늘고 있다. 유명 여자대학인 자이드대에는 한국 클럽이 생겼다.

한국과 UAE의 경제적 우호관계는 한류를 뒷받침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0년대 중동은 대한민국이 비약하는 받침대 역할을 했다. 21세기 대한민국이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키며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을 것인가. 아부다비를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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