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 확대와 수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입학사정관제도가 확대됨에 따라 수시모집전형에서 서류평가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이와 함께 각 대학별로 입학사정관전형 방법이 다양화되면서 서류평가에 대한 방향도 변화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도가 실시되기 전엔 서류평가는 사실 수치와 결과 중심으로 특정하는 정량적 평가에 불과했다. 서류 결과만 놓고 봤을 때 교과 성적과 비교과 수준이 합격선에 어느 정도 근접하는지를 예측할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도가 도입되면서 학습과 활동의 과정과 내용을 평가의 주요 대상으로 삼는 정성적 평가로 방향이 바뀌고 있다. 이는 결국 활동과정에 대해 귀납적으로 접근해, 결과와 과정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고, 학생의 여러 가지 환경 등을 고려하겠다는 의도를 나타낸다. 즉 지원자의 앞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과, 전공과의 적합성 여부를 평가한다는 뜻이다.

 입학사정관제도가 도입되면서 입시평가의 성격이 바뀌고 있는 대표적인 전형이 학생부중심선발전형이다. 서울대가 2012학년도부터 학생부 중심 전형인 지역균형 선발을 단계별 전형에서 일괄전형으로 바꾸는 것은 이런 평가방식과 관점의 변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기존의 선발방식은 내신 성적으로 지원한 대학 합격 여부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철저한 내신 성적 관리만이 합격의 길처럼 인식됐었다.

 하지만 2012학년도부터 서류평가와 면접고사를 일괄로 평가해 선발하게 된다. 이에 따라 내신 점수로 줄 세우기 식처럼 선발하는 방법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교과성적이 대학이 요구하는 수준에 부합하는 경우엔, 학생이 가진 특기적성의 전공과의 연계성과 발전 가능성을 선발 기준으로 삼게 될 전망이다.

 서류평가를 중심으로 한 전형에서도 이런 변화는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류의 다양성과 양적 측면이 합격의 당락을 결정했기 때문에 근거 없는 비교과 늘이기가 성행했었다. 무분별한 봉사활동, 전공과 무관한 자격증 취득, 연계성이 없는 재량활동 등이 바로 그것이다. 과정을 평가하는 사정관제도에서 일관성과 지속성, 그리고 연계성이 없는 활동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더불어 서류중심의 전형에서 교과 성적의 영향력이 강화될 것이라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서류중심전형이 비교과 중심의 평가라고 생각하지만 사정관제도에서는 일정한 교과 성적이 전제가 돼야 한다. 예를 들어 연세대의 대표적인 사정관전형인 진리·자유전형의 경우 서류 중심의 전형이라고 인식하지만 1단계에서 내신 성적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더불어 모든 대학들이 정부의 논술억제책에 따라 내신의 비중을 상대적으로 높이고 있기 때문에 수시모집에서 내신의 영향력은 전반적으로 강화될 전망이다.

<남형주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 기획실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