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참여자 90%가 투표 의사, 대선 여론 새 진앙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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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우리의 정치실험은 인터넷에 개설된 몇몇 웹사이트에 의해 수행됐다. 한국 정치의 변방을 떠돌던 ‘노무현’이란 비주류 정치인이 극적인 반전 드라마를 만든 계기가 인터넷이었다. 10만여 명의 풀뿌리 지지자들은 온라인 공간 곳곳에서 게릴라처럼 약진했다. 노무현이 선점했던 온라인 세계에서 이제 거의 모든 정치인이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뛰고 있다. 그중 소셜 네트워크는 새로운 정치실험의 진원지로 부상했다.

웹사이트와 소셜 네트워크의 차이는 무엇일까. 10년 전 웹사이트 실험이 의사소통이었다면, 소셜 네트워크는 의사소통이 네트워킹과 함께 이뤄진다는 점에서 차이 난다. 종래의 인터넷 패러다임이 소통이라면 현재의 패러다임은 개방·참여·공유다.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를 웹 2.0이라고 부른다. 소셜 네트워크는 웹 2.0의 첨병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이용자 수를 보유한 인터넷 서비스는 대개 웹 2.0을 구현한 소셜 네트워크다. 그중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소셜 네트워크의 양대 견인차로 미국과 중동에서 각각 선거혁명과 피플파워의 수단으로 각광받았다.그렇다면 내년 한국 대선에서 소셜 네트워크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먼저 지난해 6·2 지방선거를 살펴보자.

트위터는 여러 가지 선거 이슈를 제기하고 확산시키는 힘 있는 여론공간으로 등장했다. 세종시 문제, 4대 강 사업, 스폰서 검사, 노무현 추모 열기 등 폭발적인 쟁점들이 트위터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다뤄지고 오프라인 세계로 파급돼 나갔다. 특히 지방선거에선 트위터로부터 촉발된 ‘인증 샷’ 투표독려 캠페인이 이목을 끌었다. 사진을 통해 투표참여를 공유하는 유권자들의 ‘인증 샷’이 온라인 공간을 누볐다. 투표 당일엔 시간대별 투표율과 함께 투표독려 메시지가 온라인 게시판에 쏟아졌다. 2002년 대선(12월 19일) 전날 정몽준의 지지 철회에 분노한 노사모의 투표독려 문자 캠페인을 방불케 했다. 6·2 지방선거 투표율은 역대 지방선거 역사상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특히 20대의 투표율을 7.2%포인트나 끌어올렸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한국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처럼 소셜 네트워크를 120% 활용할 정치인이 등장하느냐다.일단 소셜 네트워크를 잘 이끄는 대선 주자일수록 인터넷 캠페인에서 우위를 점할 게 분명하다.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계정이 총 1000만 을 넘어 임계치에 육박하고, 그들의 투표 참여 의사가 90%를 넘어선다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중동처럼 소셜 네트워크 정치혁명을 일으킬 잠재력이 한국 사회에서 꿈틀대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유시민 대 박근혜의 대결로 압축되는 현재의 트위터 전초전이 앞으로도 계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우선 이들은 대중의 자발성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팔로어만 거느렸을 뿐 팔로잉에 인색하다. 대중을 향해 자신의 정견과 정책을 전파하는 트윗에도 인색하다. 특히 이들에게 소중한 선거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현역 의원들과의 네트워킹은 지나치게 편협하다. 하지만 이런 트위터 대결 역시 전초전이다. 1년 뒤 트위터보다 훨씬 대중적인 소셜 네트워크가 혜성처럼 등장할 수 있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웹 2.0시대를 맞이해 여론정치의 진앙지가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소셜 네트워크로 성큼 이동했다는 점이다.

장우영 대구카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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