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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장급 29명 전원 ‘국회 사법개혁안’ 반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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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전국 법원장 간담회가 25일 전북 무주리조트에서 열렸다. 지난 10일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6인 소위가 대법관을 20명으로 증원하고 법조경력 10년 이상의 법조인 중에서 법관을 임용하는 경력법관제를 2017년부터 전면 실시하는 법원제도 개혁안을 내놓은 지 보름 만이었다.

 이날 법원장급 고위법관 29명은 6인 소위안에 대해 토론을 벌여 국회 사개특위의 주요 개혁안에 대해 모두 반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대법관 증원에 대해 법원장들은 “대법원의 법률 해석 통일기능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력 법조인을 법관으로 임명하는 법조 일원화는 영국·미국식으로 법원의 구조를 바꾸는 것인데 대법관 증원은 독일식 구조로 가자는 것이어서 모순된다”고 말했다. 또 대법원에 사건이 적체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대법관 증원이 아니라 상고 심사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법조 일원화 방안과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6인 소위안은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며 2013년부터 3년 이상 법조 경력자를 법관으로 임용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법원장들은 법관 인사위원회에 외부 인사가 참석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법관 인사가 외부의 영향을 받아 재판의 독립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다만 “법조 일원화 이후 신규 법관을 임용할 때는 외부 의견을 반영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1년 전인 지난해 3월 대법원은 한나라당이 대법관 증원 등의 내용을 담은 사법개혁안을 발표하자 정면으로 반발했다. 사법부 사상 처음으로 법원행정처장이 정치권을 상대로 “사법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심마저 잃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전국 5개 고등법원에 상고심사 재판부를 설치하고 ▶법관 연임 심사를 강화하는 등의 자체 개선안을 발표했다.

 6인 소위안이 기습적으로 발표된 뒤 대법원은 공식 대응을 자제했다. “ 앞으로 사개특위 논의에 충실히 참여해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 전부였다. 이날 법원장 회의가 사실상 6인 소위안에 대한 법관들의 첫 공식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익명을 전제로 “대법관 증원은 찬반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법관 인사위에 외부 의견을 반영하는 부분까지 모두 반대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는 "지난해 대법원의 자체 개선안은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점진적으로 없애는 등 소극적 개혁에 그쳤다”며 "사법 제도 전체를 국민의 입장에서 바꾸는 적극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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