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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평양에 10만세대 아파트, 사진을 보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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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시내에 걸린 10만호 건설 독려 포스터

아파트 건설현장에 동원된 북한군 군악대

북한은 올해 역점사업으로 평양에 '10만 세대 살림집(아파트)'을 짓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흥남 등 다른 지역의 각종 자재공장에 총동원령을 내렸다. 평양시내 곳곳에 10만세대 건설을 독려하는 포스터(사진)도 붙였다. 아파트 공사현장에는 군악대까지 동원해 격려(사진)하고 있었다. 이른바 '사회주의 선경(아름다운)도시'를 건설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연초 발표된 2011년 공동사설에 북한이 이 사업에 얼마나 매달리는지 잘 나타나 있다.
"선군대고조시대는 인민의 행복을 위한 기념비적창조물들이 그 어느때보다 거창하게 일떠서는 벅찬 시기이다. 희천발전소건설, 흥남가스화대상공사, 평양시 10만세대 살림집건설을 비롯한 중요대상건설을 최대한으로 다그쳐 끝내야 한다. 천년을 책임지고 만년을 보증하는 숭고한 애국의 마음을 안고 건설물의 질을 최상의 수준에서 보장하여야 한다. 건재생산을 획기적으로 늘이며 현대적인 건재생산기지를 꾸리는 사업을 힘있게 밀고나가야 한다."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독려하는 여성

아파트 건설에 동원된 근로자가 벽돌을 쌓는 모습

일본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도 올해 초 평양수도건설부 전일훈(45)국장의 말을 인용해 “새해 공동사설관철을 위해 올해부터 2011년까지 평양시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현재 건설 중에 있는 만수대거리 살림집 건설공사는 올 상반기 중에 끝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10만세대 살림집 건설을 통해 ‘강성대국 진입의 해’로 설정한 내년에 주민들에게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려고 했다. 또 김일성 생일 100년을 맞아 김정은 후계 세습을 확고히 구축할 요량이었다.

문제는 돈이다. 대형중장비나 시멘트·벽돌은 고사하고 먹고 살기 힘든 형편에 10만 세대의 아파트를 건설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로 아파트 건설현장의 사진을 보면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짓고 있다. 중장비는 구경하기 힘들다.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NKSIS)는 23일 5만5000세대는 신축하고, 4만 5000세대는 개ㆍ보수를 하는 쪽으로 건축계획을 변경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또 최근 한 중국 관광객이 유경호텔 주변을 찍어 중국 사이트에 공개했는데 이곳 주변은 엉망이었다. 건축 자재들이 널브러져 있고 진입로도 정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래저래 평양의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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