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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영업사원에서 주방용품업 큰손으로-키친나라 최세규 사장

중앙일보

입력

한때 권투선수를 꿈꿨던 사람. 세계 타이틀은 못 땄지만, 주방용품 업계를 제패했다. 자질구레한 물건 들고 거리를 헤매던 영업사원에서 출발했지만, 회사 차린 지 10년 만에 번듯한 사옥을 지었다. 지금은 '유통'으로 돈 버는 법을 두루 꿰고 있어 '박사' 소리 듣고 산다. 유통업계 밑바닥에서 체득한 '장사 노하우'.

장사하는 법 모르면 '최세규'를 만나라!
"이 세상 최고의 유통회사를 운영하는 '최세규'입니다"라고 특이한 첫 인사를 건네는 사람. 지난 89년, 종잣돈 3백만원으로 시작한 회사를 10년 만에 알짜 유통업체로 키워 놓았다. 지금은 80개 체인점을 거느리고, 2백여 곳의 특약점에 상품을 공급하는 주방용품 업계의 큰손.

'남보다 싸게 사는 것'. 그의 특기이자 장사 밑천이다. 지난 10년 동안 단돈 10원이라도 싸게 사는 곳만 찾아 다녔고, 싸게 사는 방법만 연구했다. 싼 값에 사야 싼 값에 팔 수 있고, 남보다 싸게 팔아야 잘 팔린다. 잘 팔릴 뿐만 아니라 밑지지 않고 돈도 번다.

가치 없는 물건을 싸게 파는 건 아니다. 시중에서 가격표를 보고 입이 딱 벌어졌던 물건이 이곳에선 반 값. 커다란 피자 팬이 2∼3만원, 웬만한 그릇 세트도 1∼2만원대다. 제품을 싸게 공급하라고 제조업체를 옥죄는 건 더더욱 아니다.

'이 장사한 지 10년 동안 거래업체랑 싸워본 적 없다'는 게 그의 자랑. 어느 자리에서든 중소 제조업체 제품이 품질까지 떨어지는 건 아니라고, 소비자들이 사는 비싼 가격은 유통업자의 중간 마진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싸게 파는 데는 이유가 있다. 최세규 사장(40)이 운영하는 동양산업체인(02-927-3245)은 판매 전문회사. 상품을 공급하는 2백∼3백여 주방용품 전문점이 공동으로 상품을 사들이니 구매 물량이 많아져 제품 단가는 자연히 낮아진다. 게다가 현금 구매가 원칙이다.

"판로가 없는 중소기업 제품을 한 데 모아서 팔면 생산자는 팔 곳이 생겨 좋고, 소비자는 싸게 사서 좋다"는 게 그의 설명. 대부분의 유통업체는 어음 결제가 관행인데, 결제 조건이 좋으면 10%는 더 싸게 매입할 수 있다.

효율적인 경영 방식도 가격을 낮추는 비결. 재고는 현금이나 마찬가지다. 매장에 안 팔리는 물건이 1천만원어치 쌓여 있으면 은행 금리로 한 달에 10만원은 손해보는 셈이다. 그는 '잘 팔릴 만한' 신제품이 들어오면 체인점과 가맹점에 시제품을 보여 주고 먼저 주문을 받는다. 주문한 만큼만 현금으로 사서 모두 판매하면 그만큼 재고 부담이 없어진다.

'싸게 사서 싸게 판다, 대량 구매·대량 판매로 제품 가격을 낮춘다'라는 말은 할인매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말이지만, 유통업계를 밑바닥부터 경험한 최사장의 입에서 직접 들으면 뭔가 다른 냄새가 난다.

그의 '장사법'은 책이나 그럴 듯한 강의에서 배운 게 아니다. 상품 안내서를 들고 가정집을 일일이 방문하고, 보험회사나 낚시터 등 단체 수요가 있을 만한 곳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힘겹게 체득한 것들이다.

그는 '장사로 돈 버는 법'을 찾는 사람들의 좋은 의논 상대다. 최사장은 "장사하는 법을 몰라서 헤맸던 경험 때문에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서 기꺼이 창업 컨설팅에 응하곤 한다. 문구점, 완구점, 만화 전문점부터 음식점까지, 설비를 싸게 구할 수 있는 곳부터 좋은 도매 거래처 위치까지 알려 준다. '뜬 구름 잡는 얘기'보다 백 배 도움되는 얘기들.

그는 얼굴 트고 지내는 사람에게 명함 대신 코팅된 쿠폰 한 장을 내민다. 그 쿠폰에는 이런 말이 씌어 있다. '위 사람은 언제든지 연락만 하면 최세규와 차 한 잔을 나눌 수 있음'. '장사 한 번 잘해 보고 싶다'는 예비 창업자라면 그 쿠폰 한 장으로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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