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김영희 CP "한국적 서바이벌로 생각해 달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MBC 일요 예능 ‘우리들의 일밤’의 화제 코너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가 원칙에 어긋난 운영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나는 가수다'는 김건모·이소라·박정현·윤도현·백지영·김범수·정엽 등 인기 가수 7명이 출연해 노래를 부르고, 이를 일반인 500명으로 구성된 청중 심사단이 평가해 순위를 매기는 방식. 가장 점수가 낮은 1명을 떨어뜨리는 서바이벌 원칙이어서 시청자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20일 방송에서 청중 평가 7위에 선정된 김건모가 우여곡절 끝에 재도전의 기회를 부여받으면서 시청자의 거센 반발을 부르고 있다. 포털 다음 ‘아고라’에선 제작진 교체 서명운동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다. 20일 밤늦게 이 코너를 기획한 김영희 CP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Q. 탈락자 나올 거라고 예고해 놓고 탈락 안 시킨 이유가 뭔가.
“탈락 안 시킨 게 아니다. 발표를 안 한 것도 아니지 않는가. 김건모가 꼴찌 한 것은 맞는데 한번 더 기회를 준거다. 이 포맷 자체가 처음 시도되는 것이라 충격이 너무 커서 당사자와 스텝이 감당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그래서 한번 정도 기회를 더 주자고 한 것이다.”

Q. 서바이벌 이라는 기획 취지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
“‘나는 가수다’는 기존의 서바이벌과 같은 식으로 기획한 게 아니다. 서바이벌은 계속 제거해 나가는 거지만 우리는 계속 충원해간다. 서바이벌이라는 용어만 썼을 뿐이다. 지금 벌써 첫 번째를 없애기엔 충격이 컸다”

Q. 계속 충격이라고 하는데, 참가자와 스태프의 충격만 생각하냐. 시청자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만약에 탈락시켰으면 또 ‘너무 잔인한 것 아니냐’는 반응 나왔을 거다.”

Q. 원칙이 훼손됐다.
“오디션 프로에서도 패자 부활전 같은 것 하지 않느냐. 한명 뽑기로 하고 더 뽑고. (기자 왈 ‘그래서 위대한 탄생도 욕을 먹는다’) 한국적 서바이벌이라고 생각해 달라. 한국적인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 그 모든 분위기를 배제하고 김건모를 탈락시켰으면 더 큰 비난이 왔을 거다.”

Q. 원래 취지가 서바이벌 예능 아닌가.
“원래 취지는 서바이벌이 아니라 가수들의 가장 좋은 무대를 보여주는 것이다. 탈락은 하나의 장치일 뿐이다. 이 혼신의 무대를 시청자에게 선사하려 한 거고, 이왕이면 시청자가 한번더 최선의 무대를 볼 수 있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Q. 가수는 원래 최선의 무대를 보이지 않는가.
“그렇지 않다. 언제나 그랬던 게 아니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에 열띤 호응이 있었던 것 같다. 이 무대에서만은 최선을 다했기 때문 아닌가. 이 무대가 그들에겐 결국 새로운 시험대였다. 자신들도 노래 부른 뒤에 그러더라. ‘신인 때로 돌아간 듯 오랜만에 긴장한 것 같다’고. 탈락이라는 장치를 줘서 긴장감, 새로운 경쟁 관계를 줬기 때문에 기성 가수들도 혼신의 힘을 다할 수 있었던 것이다.”

Q. 앞으로도 다른 가수들이 재도전 기회 달라고 하면 어떡할 것인가.
“추후에 녹화된 걸 봐 달라. 이 프로그램이 계속 그런 식으로 갈 수 있겠냐. 그리고 이 가수들만 데리고 하는 것도 아니다. 시즌2가 나올 수 있고, 그럼 또 다른 포맷으로 수정할 수도 있고. 우리는 계속 실험 중이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