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학교는 우리의 소망을 괴담으로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1.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자.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는 공포영화인가?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는 〈여고괴담〉의 속편인가?

이에 대한 답변은 둘 다 "아니다"이다.

2.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는 이 작품의 전편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여고괴담〉과 거리를 두는 것으로부터 이해해야 한다. 그만큼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는 〈여고괴담〉과 내러티브 상에서, 그리고 장르적 관습에서도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도 역시 여자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셋. 효신(박예진), 시은(이영진), 민아(김민선)가 그들이다. 담치기로 등교한 민아가 수도가에 놓인 일기장 하나를 발견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그 일기장은 효신의 것으로 이른바 교환일기장. 절친한 친구끼리 하루씩 바꿔가며 일기를 써놓은 것이다. 민아는 이 일기장을 통해 효신과 시은의 사이가 보통 친구 이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그날 점심시간에 효신이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효신이 평소 국어선생인 고형석(백종학)과 은밀한 사이라는 소문이 있었던 탓에 신체검사 날 자살한 것이 아이들 사이에서 수군거림을 불러 온다. 그리고 "공인된 효신의 연인" 시은의 무표정하고 무감각한 태도도 역시 아이들의 의혹을 불러 일으킨다.

다만 민아만이 그들이 점심시간에 학교 옥상에서 만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그들 사이에 오고간 번민과 갈등에 관한 진실을 일기장을 통해 알게 될 뿐이다. 그 진실은 "학교"라는 기존 고정관념이 가장 번성한 곳에서 피어난, 가장 저항적이면서도 일탈된 사랑 이야기이다.

3.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의 인물배치를 보면 영화의 주제가 투여된 인물은 효신과 시은이다. 민아는 기존 체제(학교로 상징되는)와 달리, 그들을 이해하는 관점으로 바라봐주는 애정어린 관찰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직설적으로 효신과 시은의 사이는 "동성애"적 관계다. 이 둘의 동성애적 관계는 기존 체제의 가치관과 그에 입각한 인간을 재생산해내는 것이 주목적인 학교라는 공간 속에서 극단적으로 일탈되어 있으며, 금기(taboo)시 되는 것이다.

심지어 이 같은 학교의 성질에 대해 함께 저항할 수도 있는 동지들인 또래의 학생들조차 그 둘의 "사랑"에 대해 심각한 거부반응을 보인다. 효신이 시은에게 열정적으로 키스하는 장면에서 빚어지는 동급생들의 야유와 거부반응을 보라!

그러나 비극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마음 속으로 효신을 사랑하고 있음에도 아이들과 선생들의 이목 때문에(즉 주위의 시선 때문에) 시은은 효신에게 자신의 본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 물론 효신은 이러한 시은의 마음속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지 못하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동성애"를 전면에 내세우는 영화로 보는 것은 타당치 못하다. 왜냐하면 영화는 동성애에 대한 쟁점을 전면적으로 부각시키려는 것보다, 학교라는 상징적 공간에서 가장 극단적인 금기 행위로서 동성애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는 학교로 상징되는 기존 체제와 그 안에서 가장 금기시 된 것을 대비시켜 보여 주면서, 학생들의 정서와 심리적인 점에 비중을 크게 두어 다루고 있다. 이것은 박기형 감독의 〈여고괴담〉이 공포영화라는 장르를 통해 "입시학원"으로 전락한 학교의 모습과 그 속에서 파괴되는 학생들의 인격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에 비해 좀 더 내면적으로 파고 들어간 것이다.

이것은 "효신과 시은의 동성애"가 학생들이 가질 수 있는 하나의 어여쁜 꿈일 수도 있으며, 그들이 삶을 이해하는 하나의 태도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는 기존 가치관과 틀 속에 그들과 그들이 가진 이상과 꿈을 가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학교는 괴담을 양산해 낸다.

그 괴담은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에 대한 은유이며, 풍자이며 쓰디 쓴 비판이기도 하다. 학생들이 괴담을 통해 스스로를 위안하고 현실 일탈의 의지를 투사하려 한다면, 분명 "여고괴담"은 상당히 역설적이며, 아이러니한 이름이다.

그렇다고 이것을 단순히 귀신이 등장하는 일본의 괴담류 공포영화들과는 같은 대열에 놓고 견줄 수는 없다. "한국의 여고에 존재하는 괴담"은 그들의 슬프기도 하지만 반대로 어여쁘기도 한 그들의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4.

김태용, 민규동 두 감독이 공동으로 맡은 감각적인 연출은 돋보인다. 조명은 주인공인 시은과 효신의 편견과 고정관념에 꺽여 나간 사랑을 보듬어 안듯 매우 따스하며 밝다. 긴장의 완급을 조절하는 핸드헬드와 픽스(고정된) 카메라의 혼용, 경사진 앵글, 그리고 주인공들의 불안과 어여쁨을 대비되게 표현해주는 화면의 색조도 인상적이다.

아울러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에도 〈여고괴담〉에서처럼, 아주 현실적인 대사들이 등장한다. 시은의 짝과 그 주변의 친구들, 그리고 민아의 친구들인 지원과 연안 등이 주고받는 대사들 속에 이 부분은 잘 포착되고 있다. 여고의 신체검사 스케치 풍경 또한 대단한 사실성을 획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효신이 소외당한 자라는 것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그의 모습이 너무 다른 학생에 비해 생각이나 행동에서 너무 튀게 설정한 것은 흠으로 생각된다. 효신이 평범한 캐릭터였다면 좀 더 그 (구조적)비극성이 극대화되지 않았을까 싶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는 좀 더 학생들의 내면 속으로 침잠해야 했기 때문에, 굳이 공포영화의 장르적 관습을 따를 필요도 없고, 그러지도 않았다. 이 작품을 굳이 규정하자면 넓은 의미에서 환타지(fantasy) 필름(멜로와 호러의 요소가 뒤섞인)에 속한다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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