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부실 저축은행 뿌리뽑겠다” 전방위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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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검찰이 부실 저축은행들에 대해 전방위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는 18일 불법 대출 의혹을 받고 있는 삼화저축은행 본사와 은행 대표·대주주 자택 등 5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은행 본사와 대주주인 신삼길(53) 명예회장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각종 대출 관련 서류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통해 불법 대출 혐의가 포착되는 대로 신 명예회장을 비롯한 은행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삼화저축은행은 저축은행 대규모 예금 인출사태의 시발점이 된 곳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이 은행의 대주주와 경영진을 불법 대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었다.

 이날 압수수색은 15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 5개사를 압수수색하고 16일 광주지검과 춘천지검이 각각 보해·도민저축은행을 압수수색한 데 이은 것이다. 이로써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저축은행 8곳이 모두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들 저축은행은 모두 지난 1~2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상태다.

 검찰은 문제가 된 저축은행의 경영진들이 특정 기업에 자기자본 비율의 20% 이상을 대출해 준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상호저축은행법상 ‘동일인 대출한도 초과 금지’ 조항에 위반된다. 대주주를 포함한 출자자는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한 ‘출자자 대출 금지’ 규정을 어긴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만경영→고객 피해 악순환 끊겠다”=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불법 대출 의혹뿐 아니라 ‘대주주 사금고화’ 문제에 메스를 댐으로써 제2금융권의 악순환 고리를 끊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저축은행들의 부실이 예금 5000만원 이하의 원금·이자를 보장해주는 제도를 악용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예금 보장 한도를 방패 삼아 고금리 예금상품을 남발했고, 그렇게 끌어들인 돈을 위험성이 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쏟아붓는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부실이 커졌다는 것이다. 결국 2008년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연쇄 영업정지 사태를 맞았다.

 검찰은 특히 저축은행 이사나 감사로 재직한 공공 금융기관 출신 인사들이 금융당국이나 정·관계 로비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의 경우 최근 3년간 금융감독원·기획재정부 등 관료 출신 8명을 이사·감사로 영입했다. 삼화저축은행은 국회의원과 금감원 출신 인사가, 보해저축은행은 국세청 국장 출신이, 도민저축은행의 경우 전직 경찰청장·국가정보원 차장이 이사·감사직을 거쳐갔다. 검찰은 대주주와 고위 임원들의 금융·정치권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선욱 기자

검찰 수사로 이어진 저축은행 파동

1월 14일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2월 17일 부산·대전저축은행 영업정지

  19일 부산2·중앙부산·전주·보해저축은행 영업정지

  22일 금융위, 도민저축은행 영업정지

  27일 예금보험공사, 부실 저축은행 대주주 고발 방침 발표

3월 15일 대검 중수부, 부산저축은행그룹 5개 은행 압수수색

  16일 도민저축은행 ·보해저축은행 압수수색

  18일 서울중앙지검, 삼화저축은행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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