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세계 최고 갤럭시S·초슬림TV, 상생으로 빚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3면

지난해 10월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이 협력사 티에스이를 방문해 메모리 패키지 테스트장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삼성전자의 ‘텐밀리언셀러(1000만 대 판매) 스마트폰’인 갤럭시S 성공의 이면에는 협력업체 인탑스가 있다. 휴대전화 케이스를 생산하는 인탑스는 갤럭시S 배터리 커버에 도트 패턴을 적용한 차별화된 디자인을 시도해 갤럭시S가 삼성 스마트폰으로는 처음으로 1000만 대 판매를 돌파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1981년 매출 1억2000만원, 직원 45명으로 시작한 인탑스는 83년부터 삼성전자 협력사로 30년 가까이를 함께 하며 현재 매출 4300억원, 국내외 직원 3000여명의 글로벌 부품 업체로 성장했다.

인탑스 김재경 대표는 “그동안 삼성전자로부터 기술·자금·설비자동화 지원과 경영컨설팅까지 받았다”며 “인탑스의 역사는 글자 그대로 삼성전자와 함께 ‘동반성장’을 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에게 ‘5년 연속 세계 TV 1위’라는 영예를 안겨 준 초슬림 LED TV 8000시리즈의 인기 역시 협력 업체와 함께 한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값지다.

LED 칩 패키지 전문회사 루멘스는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와 공동으로 LED TV의 슬림 디자인을 구현했다. 초슬림 LED TV를 만들기 위한 슬림형 칩 패키지 개발 프로젝트를 공동 진행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함께 개발한 LED TV의 매출이 쑥쑥 늘어난 덕에 루멘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성장한 2500억원에 달했다.

이상은 올 1월에 한, 삼성전자의 ‘협력사 동반성장 우수사례 발표회’에서 나온 사례들이다. 인탑스가 대상의 영예를 안았고, 루멘스는 동상을 받았다. 글로벌 매출 1위 전자기업으로 우뚝 선 삼성전자가 있기까지 이처럼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은 빼놓을 수 없는 성공요인이었다. 협력업체의 중요성을 실감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상생경영 실천방안’을 발표하고 더욱 광범위한 중소기업 지원에 나섰다. 가장 큰 핵심 사항들은 ▶사급제도를 통한 실질적 지원 ▶2·3차 협력사까지 자금 지원 ▶2·3차 협력사의 1차 협력사 전환이다.

우선 사급제도의 실시는 허울만의 상생이 아니라 보다 실절적인 혜택을 협력사에게 제공한다는 의지를 강하게 담고 있다. 사급제도란 협력 업체가 부품 등을 만들 때 필요한 원·부자재를 삼성전자가 직접 사는 것. 삼성전자가 구입자금과 관련, 금융비용 등을 직접 부담하는 것이다. 협력사는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 걱정과 각종 금융 부담 등을 덜게 된다.

또 하나의 중요한 상생경영이 지난해 10월 실시된 1조원 규모의 ‘협력사 지원 펀드’다. 삼성전자가 2000억원, 기업은행이 3000억~8000억원을 마련해 최대 1조원의 지원자금을 조성하는 것이다. 여신심사는 기업은행이 진행하지만, 대상업체는 삼성전자가 직접 선정한다. 그러잖아도 삼성전자는 2004년 이후 최근까지 협력업체 자금 지원에 1조2000억원을 쏟아 부었다. 그럼에도 또다시 협력사 지원 펀드를 만든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지원 대상을 1차 협력업체에서 2, 3차까지로 확장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삼성이 동반성장에 힘을 쏟는 이유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철학에 따른 것이다. 이 회장 올해 경영 화두로 ‘대중소 상생’을 거듭 확인했다. 올해 초 삼성 신년 하례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 경영 중점 사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회장은 “상생을 중소기업 돕는 것으로들 생각하는데 상생은 거꾸로 대기업을 돕는 것”이라며 “상생은 한국 경제의 근간이 되고 있고, 상생에 힘을 넣지 않고는 대기업이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 대통령께서 대중소 상생을 늘 강조하시는데, 나는 20년 전부터 이걸 떠들고 있었다”며 “올해 상생에 더 역점을 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심재우 기자

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