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연료봉, 오래가는 숯불 같아 … 냉각 중단 땐 곧바로 2000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일본에서 방사능 누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14일 후쿠시마현 니혼마쓰에서 어린아이가 어머니 품에 안겨 방사능 물질 오염 검사를 받고 있다. [니혼마쓰 AP=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도미노 폭발’이 이어지고 있다. 1호기(12일)·3호기(14일)에 이어 15일 오전 2·4호기가 폭발을 일으켰다. 4호기는 대지진 당시 정기 점검을 위해 가동을 중단한 상태였다. 1~3호기 역시 지진 발생 직후 자동으로 가동이 정지됐다. 한데도 왜 폭발이 계속되는 걸까. 궁금증을 Q&A로 풀어본다.

Q: 왜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 계속 문제가 발생하나.

 A: 원전 안전 기술이 완벽하지 못했던 1970년대에 지어졌기 때문이다. 대지진으로 냉각시설 가동이 중단되면서 잇따라 사고가 터지고 있다.

Q: 구체적인 폭발 과정은.

 A: 원자력발전소는 핵연료의 연쇄 분열 때 나오는 열을 이용해 물을 데우고, 그 증기로 터빈을 돌려 발전을 한다. 터빈을 돌리고 난 증기는 냉각수에 의해 식혀지고, 다시 물이 돼 원자로로 돌아온다. 한데 대지진의 여파로 냉각수 공급이 중단되면서 물 부족→연료봉 노출→고열에 의한 수소 분해→폭발의 연쇄 반응이 일어난 것이다.

Q: 왜 냉각수 공급이 끊겼나.

 A: 냉각수를 공급하기 위해선 전기로 펌프를 돌려야 한다. 하지만 지진으로 원자로 가동이 중지되면서 발전소 자체 생산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예비용 디젤 발전기를 갖추고 있었지만 그마저 쓰나미로 침수돼 고장 났다. 최후의 예비 전력수단인 배터리는 8시간밖에 전기를 공급하지 못했다.

Q: 대신 바닷물을 퍼부었다는데.

 A: 원자로에는 보통 염소나 미네랄 성분을 제거한 순수한 물을 쓴다. 하지만 상황이 급하다 보니 소방차를 동원해 구하기 쉬운 바닷물을 원자로에 주입했다. 하지만 원자로 내부 압력은 외부의 70~80배에 달한다. 강제로 물을 밀어 넣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어렵게 주입한 물도 고열의 연료봉에 닿아 기화돼 버렸고, 결국 폭발이 일어났다.

Q: 붕산도 함께 넣었다는데.

 A: 붕산의 붕소(Boron) 성분이 중성자를 붙잡아 핵분열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원전의 출력을 낮추는 용도로 사용한다. 하지만 이번엔 연료봉 과열을 막기 위해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투입했다. 다량의 붕산을 투입하면 산 성분 탓에 연료봉 피복이 부식될 가능성이 크지만, 긴급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

Q: 원자로는 원래 이렇게 안 식나.

 A: 핵연료봉은 잔열(殘熱)이 엄청나게 오래가는 숯불과 같다. 원자로 가동이 중지되고 냉각수가 정상적으로 공급돼도 계속 열을 내뿜는다. 만 하루 뒤에도 정상 가동 때의 0.5% 정도의 열이 나온다. 이번처럼 냉각수 공급이 중단되면, 열이 섭씨 2000도 이상 치솟으며 노심용융(爐心鎔融·meltdown)이 시작된다.

Q: 원전을 정지한 뒤 얼마나 지나야 잔열이 없어지나.

 A: 원자로 냉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면 2~3일이면 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냉각 시스템이 고장 나 원자로를 제대로 식혀주지 못했다.

Q: 원자로를 식힌 이후 예상되는 다른 문제는 없나.

 A: 심하지는 않지만 잔열이 지속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냉각수를 계속 공급해야 한다.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수증기도 주기적으로 빼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길면 1년 넘게 방사능이 원전 주변으로 방출될 수 있다.

김한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