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되돌아본 미술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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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기와 20세기를 마감하며 그와 관련한 전시회가 연말에 줄줄이 마련돼 미술계의 눈길을 모았다. 그리고 일부에선 위작시비가 일었다.

여름 무렵에는 `이적표현물' `사상성'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졌으며, 광주비엔날레를 놓고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이밖에 미술인들이 대거 방북해 남북교류에 새 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99년 한해의 미술계 동향을 간추린다.

▲천년기와 20세기 마감 전시회
천년기와 20세기를 역사의 뒷장으로 넘기며 관련 전시가 곳곳에서 기획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의 `한국미술 99전'(12월7-내년 2월말)과 호암미술관의 `새천년 특별기획 - 인물로 보는 한국미술'(12월10-내년 2월말)이 그 예이다. 성곡미술관이 11월 18일부터 내년 1월 26일까지 여는 `시각문화 - 세기의 전환'과 갤러리 현대가 11월 10일부터 12월 12일까지 마련한 `한국미술 50년 - 1950-1999'도 맥을 같이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사실주의에 바탕을 둔 한국미술의 뿌리를 재확인하고 새천년기의 방향을 모색코자 했다. 생존작가 99명을 초대해 고희동에서 시작하는 한국 근.현대미술의 원류를 거슬러 올라가고자 한 것. 호암미술관은 7천년간의 미술로 한국인의 정체성을 살폈다. 호암갤러리와 로댕갤러리에서 개최된 이번 전시에서는 평면과 입체미술 201점이 출품됐다.

성곡미술관은 시각자료로 반세기를 회고하고, 21세기 시각문화의 상호소통가능선을 타진했다. 50년대에서 70년대까지는 갖가지 생활자료와 2000년대 멀티 미디어환경 속의 시각문화가 전시됐다.

갤러리현대의 `한국미술 50년'은 20세기 후반의 미술계를 정리했다. 26명의 구상작품과 25명의 비구상, 21명의 조각이 소개됐다.

▲표현의 자유 둘러싼 시비
한동안 잠잠하던 표현의 자유 시비가 여름철 미술가를 달궜다. 사법부는 신학철씨의 그림 <모내기>가 북한의 연방제 통일방안과 일치한다며 8월 13일 이적표현물 판정을 내렸다. 이로써 신씨는 징역 10월형의 선고를 유예받았고, <모내기> 등 작품도 압수됐다.

7월 7일부터 8월 29일까지 열린 윤동천씨의 <몽유금강>전에서도 작품이 걸리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윤씨는 금강산 절벽에 새겨진 북한 선전구호를 사진작업으로 설치하려다 작품의 사상성을 문제삼은 미술관 측의 요구에 따라 전시를 포기했다.

또 8월 6일부터 22일까지 성곡미술관에서 계속된 <데몬스트레이션-버스>전에서도 이동기씨의 <수배자> 그림이 경찰에 의해 철거됐다. 이 작품은 탈옥수 신창원의 얼굴을 확대한 것이었다.

한편 `운동권 화가' 홍성담씨가 20년만에 개인전을 연 것은 시대의 변화를 읽게한 대목이다. 그는 8월 12일부터 29일까지 가나아트센터에서 첫 개인전을 마련했다.

▲잡음 끊이지 않은 광주비엔날레
올해 벽두부터 광주비엔날레를 문제삼은 전시회가 열려 한해가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광주비엔날레 정상화와 관료적 문화행정 철폐를 위한 항의엽서전(1월6-11일)과 `엽서-광주비엔날레 귀하>전(1월12-21일)이 그것이다.

이와 맞물려 1월 20일 광주비엔날레 정상화를 위한 대책위원회가 공식 출범 해재단이사장 면담, 기자간담회 등의 활동을 펼쳤다. 우여곡절 끝에 광주비엔날레 준비위원회는 지난 10월 작가선정을 마쳤으나 비엔날레가 열리지 않은 해에 마련키로 한 `대한민국미술축전'(9월15-10월 24일 예정)은 논란 속에 열리지 못했다.

한편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이천국제조각심포지엄' `부여국제현대조각심포지엄' 등은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 문화예술행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으나 내용과 호응도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위작 시비
미술품 위조 논란으로 뜨거웠던 것도 여름이다. 1천여점의 고미술품 위조사건에 한국고미술협회 전직 회장과 감정위원이 개입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구속된 위조범은 천경자의 <미인도>를 자신이 위조했다고 자백해 사건이 새 국면에 접어들기도 했다.

변관식의 <외금강 옥류천>도 그의 작품이 아니라 제자 조순자씨가 낸 제12회 국전 입선작임이 밝혀져 시비의 도화선이 됐다. 조씨는 "선생님이 모두 그려주었다" "일부만 그려주었다" 등 엇갈리는 진술로 문제를 더욱 꼬이게 했고, 이를 둘러싼 미술평론가들의 견해도 팽팽히 맞섰다.

고미술협회는 잇따라 발생한 고미술품의 위조를 막기 위해 경매제를 10월부터 도입하기도 했다. 협회의 전 회원이 참가한 가운데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경매를 실시하고 경매 보증서도 발급함으로써 추후 책임을 지게 하겠다는 것이다.

▲미술계 원로 방북
권옥연(예술원 회원)씨 등 미술계 인사 11명이 8월 31일 북한의 김용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초청으로 평양을 찾았다.

원로.중견 문화예술계 인사가 분단 후 대거 북한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문화계 안팎의 관심을 모았다. 이들은 평양의 대동강과 모란봉 등에서 북한 미술인과 스케치를 했으며 묘향산 등도 찾아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그러나 당초 방북키로 한 조병화 예술원 회장이 개인적 이유로 방북을 포기해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지난해 11월 금강산 관광길이 열린 것을 계기로 금강산과 관련한 전시회가 미술관과 화랑에서 줄을 이었고, 댐건설로 논란을 빚은 동강에서도 미술인의 스케치 기행이 활발히 이뤄졌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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