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격렬시위 경찰 137명 부상

중앙일보

입력

정부와 노사정위원회가 노동 현안을 풀기 위한 중재안을 마련해 노사 양측을 설득하고 있는 가운데 노동계가 이에 반발, 대정부.대사용자 투쟁을 강화함에 따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한국 양대 노총은 10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와 관련한 노사정위의 중재안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뒤 각각 장외집회를 갖고 정부의 노동정책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1시 서울역 광장에서 전국농민회 총연맹.전국빈민연합 등 50개 재야.사회단체와 공동으로 노동자.농민.도시빈민 등 2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민중대회' 를 열고 정부에 대한 전면 투쟁을 선언했다.

민주노총 단병호(段炳浩)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대국회 입법투쟁만으로는 요구사항을 쟁취할 수 없기 때문에 오늘 대회를 계기로 정부에 대한 전면 저항을 선언하고, 투쟁을 통해 요구사항을 쟁취해 나가겠다" 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집회에서 ▶정리해고 중단, 고용안정 보장, 노동시간 단축▶농가부채 해결▶국가보안법 철폐▶세계무역기구(WTO)협상 중단 등 11개항을 정부측에 촉구했다.

집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서울역을 출발, 퇴계로~신세계백화점을 거쳐 명동성당까지 1.9㎞ 가량 거리행진을 벌이다 도로를 점거하고 경찰에 쇠파이프와 각목을 휘두르는 등 올들어 가장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경찰 차량의 유리창을 부수고 미리 준비한 인분(人糞)을 뿌리기도 했다.

일부 학생들과 농민 등 4백여명은 또 도심 곳곳에서 오후 늦게까지 경찰과 대치하며 투석전을 벌였다.

시위 여파로 서울역.명동.퇴계로 등 도심의 퇴근길 교통이 한때 완전 마비되는 등 밤 늦게까지 큰 혼잡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 1백37명과 시위대 36명이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그러나 평화시위를 유도하면서 끝까지 최루탄 사용을 자제했다.

시위대는 이날 오후 8시쯤 서울 명동성당에 들어가 정리집회를 갖고 자진해산했다.

한국노총도 이날 오후 긴급 대의원대회를 열어 "노사정위 중재안을 수용할 수 없다" 는 입장을 천명한 뒤 오는 17일 4시간의 시한부 파업과 23일의 하루 총파업을 강행키로 결의했다.

한국노총은 이어 국회의사당 앞에서 6백여명의 대의원이 모인 가운데 규탄대회를 가진 뒤 박인상(朴仁相)위원장을 비롯한 산별 대표자들이 무기한 밤샘농성에 들어갔다.

고대훈.정제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