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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우룬파와 조디 포스터가 만났다…영화 '왕과 나' 개작 '애나 앤드 킹' 주연

중앙일보

입력

저우룬파(周潤發.44) 와 조디 포스터(37) 가 만났다. 한 사람은 80년대 홍콩 느와르의 황금기를 이끈 액션 스타이고, 또 한 사람은 할리우드의 최고 지성파 여배우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처음 만나 만든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화제다. 20세기 폭스가 제작한 '애나 앤드 킹' (Anna and The King.앤디 테넌트 감독) 이 그것.

율 브리너.데보라 카 주연의 뮤지컬 영화 '왕과 나' (56년) 를 개작한 이 영화에서 저우는 19세기 제국주의의 침탈로부터 샴 왕국(태국) 을 지킨 몽쿠트 왕으로, 포스터는 당시 왕족에게 영어를 가르치러 온 영국인 선생 애나 레노웬스로 출연한다.

'두 사람이 엮는 로맨틱 어드벤처가 영화의 줄거리. ' 지난 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베벌리 힐스 포시즌스 호텔에서 이들을 만났다.

헐렁한 감색 폴로티를 걸친 저우룬파가 먼저 모습을 보였다. 펑크족처럼 살짝 윗머리를 남겼던 영화에서와 달리 박박 머리가 이채로웠다. 브리너를 흉내 내려면 진작 했을 것이지 하고 의아해 하는데 그가 먼저 답을 줬다.

"현재 앙리(李安) 감독과 '와호장룡' (臥虎藏龍) 이란 무협영화를 찍느라 머리를 깎았다. " 약간은 능글맞아 보이는 특유의 미소가 부드러운 남자. '애나 앤드 킹' 에서도 브리너식 카리스마는 간데 없고 서양여자에 마음을 빼앗긴 한 '남자' 로 출연한다.

때문에 태국정부가 애나를 대단한 여자로 극화하는 한편 몽쿠트왕을 희화화했다며 촬영지를 내주지 않아 이웃 말레이시아에서 세트촬영했다.

이 점에 대해 저우룬파는 '아시아적 가치' 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태국정부의 입장을 나는 이해한다. '로열 패밀리' 의 권위가 걸린 만큼 민감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

저우에게 이번 작품은 의미가 크다. 93년 할리우드 진출 이후 '커럽터' '리플레이스먼트 킬러' 에 이어 세번째 출연작이자 첫 애정영화이기 때문. "태국왕실의 언어를 익히는 게 힘들었다" 는 그는 "아시아인 특유의 악센트와 황인종이라는 이점이 경직되지 않은 연기를 할 수 있었던 힘이었다" 고 고백했다.

한편 영화에서 시종일관 빅토리아시대의 영어로 무장하고 자신에 찬 연기를 펼치는 포스터는 나이보다 훨씬 젊고 깜찍하며 아름다웠다.

명문 예일대 출신답게 당찬 논리와 청산유수 같은 언변에 흡입력이 넘쳤다. "이제 할리우드 영화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어둡고 피 튀기는 영화보다는 따스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품은 만족할 만한 조건을 갖췄다. "

"영화를 찍으면서 태국.말레이시아.일본.중국.한국 등 동남아시아의 문화에 각기 다른 개성이 있음을 알게 됐다" 는 그녀는 이런 깨달음 때문인지 할리우드의 세계화 전략을 역설해 인상적이었다.

관심을 끄는 '양들의 침묵' 의 후속편 '한니발' 의 출연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대본을 읽지 않아 답할 입장이 아니다" 라고 말했다. 국내 개봉은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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