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국 공안 74만 동원 … 3차 재스민 시위 불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중국판 ‘재스민(모리화) 혁명’을 위해 6일로 예정됐던 중국의 3차 시위가 공안(경찰) 당국의 원천봉쇄로 또다시 무산됐다.

 중국 공안 당국은 시위 예상 지역에 대규모 경찰력을 배치하는 인해전술을 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즉 양회(兩會)가 열리는 기간인 만큼 공안의 저지가 평소보다 필사적이었다고 한다. 양회가 열리는 3월엔 공안 당국이 비상근무에 돌입하며 생계형 시위조차 금지된다. 이 기간 중에 민주화 시위가 시도된 것 자체가 전례 없는 일이다.

 홍콩 명보(明報)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인권단체가 운영하는 중국어 사이트 보쉰(博訊·boxun.com)에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톈진(天津), 시안(西安), 청두(成都) 등 41개 도시에서 6일 3차 집회를 열자’는 글이 게시됐다. 5일엔 베이징대·칭화(淸華)대 등 주요 대학 학생들에게 ‘시위에 동참하라’고 촉구하는 글이 인터넷에 올랐다. 베이징의 경우 가장 번화한 왕푸징(王府井) 쇼핑 거리와 젊은이들이 많이 몰리는 시단(西單) 등 10개 지역이 집회 장소로 예고됐다. 하지만 이날 현장에는 수천 명의 경찰이 수십m 간격으로 배치돼 시위를 막았다. 시위대를 연행하기 위한 차량도 곳곳에 대기시켰다. 이날 전국적으로 74만 명의 경찰이 시위 봉쇄에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산당 기관지인 베이징일보는 5일자 논평에서 “불순한 동기로 인터넷을 통해 불법적인 거리정치를 선동하려는 시도는 무위로 돌아갈 것”이라며 “시위에 동참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집회 현장에서 외신들의 취재활동도 사실상 봉쇄됐다. 베이징시 공안국은 외신기자 10여 명을 최근 불러 “집회 현장에서 취재를 시도할 경우 비자를 취소할 수도 있다”고 압박했다고 영국 BBC 등이 보도했다. 한국의 베이징 특파원 일부에게도 비슷한 경고가 전달됐다고 한다.

 독일 dpa통신은 “6일 상하이시 공안이 15명이 넘는 외신기자를 지하 사무실에 잡아 둔 채 시위 예정 지역에서 취재 활동을 못하도록 방해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전인대가 개막한 5일엔 베이징 인민대회당 부근에서 소규모 기습 시위가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dpa통신은 “당시 한 중년 남성이 천안문광장으로 통하는 인민대회당 북동쪽 출구를 지키던 무장경찰을 밀치려다 연행됐고, 근처에서 종이를 들고 있던 또 다른 남성과 여성이 소리를 지르다 경찰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또 “당시 시위 장면을 취재한 자사 소속 기자를 무장경찰들이 15분간 취조하며 촬영 사진을 모두 삭제하도록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홍콩 명보는 “인민대회당 주변에서 5일 하루에만 2건의 시위로 최소 4명의 시위대가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서승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