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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첼시 클린턴, 장동건·고소영 결혼식 꽃장식한 이 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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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제프 레섬. 노란 개나리꽃을 가지째 꽂아 자연스러움을 강조한 장식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제프 레섬(40)은 꽃 장식과 관련한 어떤 제도권 교육도 받지 않은 플로리스트다. 한때 패션모델이기도 했던 그는 199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포시즌 베버리힐스 호텔의 플라워숍에 입사하면서 꽃과 인연을 맺었고, 99년 파리 포시즌 조지상크 호텔에 스카우트돼 현재까지 아트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그의 창의적인 작업 스타일은 인터뷰 자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카메라를 향해 눈을 부릅뜨는가 하면 손가락을 앞으로 내밀며 장난을 쳤다. 꽃 장식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재미있고 흥분되기 때문”이라면서 “남과 똑같이 하면 내가 지겨워서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해본다”고 말했다.

-좋은 꽃 장식이란.

“생활 속에 녹아 들어간 꽃 장식, 그래서 보는 사람의 기분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꽃 장식이다. 11년 전 파리 포시즌 조지상크 호텔에 면접을 보러 갔을 때 프랑스 사람들의 생활을 접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수퍼에서 장을 보면서 두 송이든, 세 송이든 꼭 꽃을 함께 사더라. 꽃이 생필품이 돼 있는 삶. 물병에 그냥 쓱 꽂아만 둬도 멋있다.”

-나쁜 꽃 장식도 있나.
“과시형 꽃 장식이다. 남에게 ‘비싸’ 보이게 하려고 무작정 큰 꽃송이를 사용한다든지, 색깔을 화려하게 한다든지 하는 장식이 그런 경우다.”

-한국의 결혼식 꽃장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신랑 신부가 입장하는 꽃길과 주례를 하는 무대는 엄숙하게 장식하더라도 하객들이 앉는 테이블만큼은 좀 더 발랄하고 경쾌하게 꾸몄으면 좋겠다.”

주황색 장미와 라넌큘러스를 반반씩 섞어 꽂은 꽃장식. 가장자리에 길쭉한 초록색 잎을 서너개 꽂아 재미있는 느낌을 줬다.

-올봄 결혼식 꽃 장식 컨셉트는.

“이제 깔끔한 ‘젠(zen· 禪)스타일’의 시대는 갔다. ‘자연주의’가 대세다. 자연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꽃뿐 아니라 나뭇가지를 활용하려 한다. 산수유와 조팝나무 가지로 틀을 만들고 그 위에 꽃 장식을 하는 것이다. 마치 정원에 핀 꽃 사이에서 식을 올리는 것 같은 분위기를 낼 수 있다.”

-그동안 여러 행사의 꽃 장식을 했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꽃 장식은.

“지난해 아버지의 70세 생신 파티를 위해 집을 장식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미국 텍사스에 있는 오래된 집을 해바라기 꽃만 이용해 아주 소박하게 장식을 했는데 아버지가 감동해서 우셨다.”

-앞으로 계획은.

“플로리스트로서의 새로운 꽃 장식 디자인을 만들어 내고 싶다. 최근 크리스털 업체 ‘워터포드 크리스털’의 꽃병 디자인을 맡게 됐다. 내 이름을 딴 ‘제프 레섬 라인’이 나올 것이다. 향수 사업도 계획 중이다.”

글=이지영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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