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국세청 “지금부터 세금 전쟁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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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매각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국세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국세청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과세 여부, 구체적인 과세 방법 등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사실상 세금 전쟁”이라고 말했다. 론스타에 대한 국세청의 과세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만만치 않은 법적 난제들이 숨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미 계류 중인 각종 세금 소송과 외환카드 주가 조작 소송에서 론스타는 김&장 등 국내 최고의 법률 전문가들을 동원해 높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쟁점① 원천징수 가능한가 론스타 한국 떠나면 세금 받기 힘들어져

외환은행을 인수한 법인은 론스타 4호 펀드로 알려진 ‘LSF-KEB홀딩스, SCA’다. 벨기에 법인이다. 한국과 벨기에 간 조세조약에는 ‘주식 양도로 인한 소득은 판 사람 거주국에만 과세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 조항을 적용하면 한국은 론스타에 과세할 수 없다. 그럼에도 국세청은 론스타의 스타타워 매각 등에 대해 벨기에 법인은 조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세운 회사라는 논리를 내세워 세금을 매겨 왔다.

 하지만 구체적인 과세 방법을 놓고는 논란이 예상된다. 그동안 론스타 과세에서 원천징수 여부는 중요한 쟁점이 아니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등 재산을 남겨둔 상황에서 세금을 내지 않을 경우 강제 집행이 가능했지만, 이번은 다르다. 외환은행은 론스타가 한국에 남겨놓은 사실상 마지막 재산이다. 세금 납부를 거부하고 한국을 떠날 경우 강제 징수할 방법이 없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론스타 측은 국세청이 원천징수에 나설 경우 소송을 통해 국세청의 논리가 잘못됐다고 주장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천징수의 경우 국내에 사업장이 없는 비거주자인 경우만 가능하다. 하지만 국세청은 그동안 론스타가 국내 사업장이 있다고 보고 법인세 등을 부과해 왔다. 만일 이번 매각도 이전과 같은 논리를 적용할 경우 내년 3월 론스타의 한국사무소 신고·납부 절차에 따라 법인세를 부과해야 한다.

쟁점② 5400억 vs 7900억 고정사업장 있나 없나 따라 세율 달라져

론스타는 과세에 대비한 듯 2008년 한국 사무실을 완전히 정리했다. 지난 연말 이뤄진 매각 계약도 론스타의 존 그레이켄 회장이 있는 영국 런던에서 이뤄졌다.

국세청이 이런 상황을 감안해 론스타를 비거주자로 봐 원천징수 대상자로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추징 세액이 줄어들게 된다. 론스타를 비거주자로 보면 하나금융이 원천징수 의무를 지게 된다. 이 경우 매매대금 4조9685억원(확정수익 보장 주당 850원 포함)의 11%인 5465억원가량을 하나금융이 매각대금에서 제한 뒤 국세청에 납부해야 한다. 반면 국세청이 론스타에 고정사업장이 있다고 보고 과세할 경우 법인세(세율 약 24.2%)로 7907억원가량을 추징할 수 있다. 한 세무 전문 변호사는 “세무 당국으로선 고정사업장으로 과세하면 2500억원 이상을 더 받을 수 있지만 이 경우 하나금융은 납세에 관한 아무런 의무도 없는 만큼 납세를 보장할 안전장치가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쟁점③ 하나금융의 역할 론스타 원천징수 불복 땐 소송전 불가피

금융위의 승인이 날 경우 하나금융은 5영업일 안에 인수 대금을 론스타에 지급해야 한다. 만일 하나금융이 원천징수 의무자가 된다면 다음 달 10일까지 세금을 국세청에 대신 납부해야 한다. 하나금융은 이에 대해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송금 전에 국세청이 원천징수 대상자임을 통보해 오면 지불 금액을 제하고 론스타에 송금하고, 송금 시점까지 원천세 대상 여부에 대한 결론이 안 나면 일단 매각대금 전액을 송금하되 추후 론스타의 지급을 보장할 보증서를 받도록 계약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아직 외환은행 매각이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원천징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하나금융이 원천징수 의무자가 된다면 과세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세청의 자신감이 적절한 과세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론스타가 과세에 불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론스타는 이미 스타타워 매각과 2007년 외환은행 지분 블록세일 과세를 두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서울고등법원도 론스타의 스타타워 매각 과세에 대해 론스타 편을 들어준 바 있어 국세청도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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