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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북한 대북방송에 화들짝…"추악한 심리모략"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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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대북심리전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반응을 보였다. 북한은 그동안 키리졸브 등에 대해서는 주민들을 상대로 비난의 수위를 강화해왔지만 대북방송과 같은 심리전에 대해서는 함구해왔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일 "미국의 심리모략기관인 민주주의기금이 남조선의 반공화국언론단체 등에 45만 달러를 들이밀었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를 인용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 기금이 남조선의 3개 모략단체에 들이민 금액은 지난 회계년도에 비해 1만달러 더 불어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RFA는 지난달 28일 ‘국립민주주의기금(NED)’이 언론 기관 중 하나인 '데일리 NK'에 17만 5000달러를 지원하고, 북한 내 기자들이 만드는 잡지 ‘임진강’에도 지난해와 같은 규모(8만5000달러)의 지원을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에 대해 "미국의 심리모략기관들의 수법이 날이 갈수록 더욱 교활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며 "뢰물매수작전, 고도기술무기에 대한 요란한 선전공세, 전자우편, 허위보도 등 온갖 너절하고 추악한 수법을 다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내에 급속히 번지고 있는 선전물의 종류와 이에 대한 경계심리를 처음으로 드러낸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어 "방송수단을 통한 심리모략책동이 매우 우심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미국식 가치관과 퇴폐적인 사상문화를 아시아 나라들의 내부에 퍼뜨려 인민들의 자주의식을 마비시킬 목적 밑에 내온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 대북방송을 듣는 주민들이 크게 늘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또 대북방송에 따른 주민들의 동요를 차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RFA는 중앙일보를 인용해 "북한 내에 AM라디오 100만대, 단파라디오 20만대가 보급된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또 "탈북자 가운데 외부 정보를 듣고 북한 체제의 현실에 눈을 떠 북한을 떠난 비율은 20%가 넘는다"고 밝혔다.

미국 외교정책포커스(FPIF)의 존 페퍼 편집장은 "북한 주민도 아마 중동지역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소식을 들었을 것"이라며 "미국 정부도 북한에서 비슷한 시위가 일어나는 것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존 페퍼는 또 "미국은 앞으로 외부정보와 시장경제가 유입되는 북한 장마당을 연구하거나 자유·인권·민주주의 등을 직접 전할 수 있는 미국·한국 내 대북방송과 언론기관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거나 계속 유지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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