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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모어 “전술핵 재배치” 후폭풍] 비핵화 선언 깰 순 없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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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의 가장 큰 관건은 우리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파기할지 여부다.

1992년 2월 발효한 이 선언은 10개의 노(No)를 담고 있다. 핵무기의 시험·제조·생산·접수·보유·저장·배비·사용 금지와 핵재처리시설·우라늄농축시설 보유 금지다. 북한이 두 차례 핵실험을 한 만큼 이 선언은 사문화됐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 선언을 파기하지 않고 북한 비핵화 압박의 근거로 활용해 왔다.

 주한 미군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려면 비핵화 공동선언의 파기가 필요하다. 핵무기의 접수 금지조항에 걸린다. 게리 새모어 미 백악관 정책조정관이 “한국이 전술핵을 요청하면 응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이 선언에 대한 정부 입장이 다시 도마에 오른 셈이다. 정부는 일단 신중하다. 외교통상부 조병제 대변인은 새모어 조정관의 발언 파문이 커지자 “(1991년과) 변함없다”고 28일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이 선언을 휴지조각으로 만든 만큼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희상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이사장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의 근본 취지가 북한의 핵개발 저지였다”며 “현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비핵화 선언에 연연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전술핵을 한국의 대북한 정책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북핵 문제 해법으로서 6자회담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핵 문제에 밝은 명지대 강규형(역사학) 교수는 “현재 한국 정부는 북한 핵 문제를 풀어낼 정책 수단이 마땅찮다”며 “보복 수단으로 전술핵을 가져 새 판을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새모어 조정관의 발언으로 국내 좌우파 간 갈등이 커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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