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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전술핵 신중 … 국방·외교 당국자 “북·중 압박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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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이 요구하면 (주한미군에) 전술핵을 재배치할 수 있다”는 게리 새모어(Gary Samore) 미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의 발언(본지 2월 28일자 1, 14면) 파장이 크다. 정부 관련 부처는 이 발언의 배경과 의도에 촉각을 세웠다. 학계·전문가 그룹도 마찬가지였다.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홍보라인의 핵심 참모는 “다른 나라 정부 관료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가 언급하는 건 부적절하다”고만 했다.

외교안보라인 관계자는 “한·미 정부 사이에 전술핵 재배치를 놓고 논의가 이뤄지고 있던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고 있다. 한 고위 관계자는 “그간 이 문제를 놓고 대화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중요한 안보적 현안인 만큼 어떤 맥락에서 새모어 조정관이 이런 발언을 했는지 알아볼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국방부 당국자들도 “매우 민감한 이슈”라며 “한·미 간에 정책 옵션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북한과 중국을 향한 정치적·심리적 압박 효과는 분명히 있다”면서 새모어의 메시지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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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에 빌미를 줄 필요가 없다”며 “아직은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할 때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의 대북 핵억지력은 충분하다는 판단”이라며 “새모어는 한국이 원하면 어떤 형태의 지원도 가능하다는 한·미 공조를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은 “새모어가 공개적으로 그렇게 언급한 것은 핵무장론까지 거론되는 한국 내 상황을 지켜본 미 정부가 내부적으로 조율해왔다는 증거 아니겠느냐”며 “향후 한국과의 협의를 염두에 둔 애드벌룬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함 원장은 “한국이 국제사회의 비난도 듣지 않고, 북한과 중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결국엔 진정한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자는 유용한 카드를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김수정·이철재·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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