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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선한 민심 어찌할까 … 중국 양회의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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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국의 제도권 정치 무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각각 5일과 3일 열흘 일정으로 잇따라 개막한다. 민주화 시위가 장외에서 이뤄진 기층 정치라면, 양회(兩會)로 불리는 전인대·정협은 장내에서 민의를 수렴하고 개선책을 논의하는 무대다. 특히 이번 양회는 두 차례의 장외 민주화 시위 시도가 별 성과 없이 끝난 직후에 열려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양회는 중동의 ‘재스민 혁명’ 여파로 고조된 중국 내 민주화 요구를 제도권이 얼마나 체제 내부로 수용할지가 관심거리다. 이와 관련,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안정을 우선하고 혼란을 원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공감대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진지한 정치개혁 논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지방에서 진행 중인 정치개혁의 성과를 토대로 내년 18차 당 대회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있을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양회 대표들이 민주화 및 정치개혁에 대한 요구를 어떤 식으로든 대변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두 회의 모두에 정치개혁을 지지하는 교수·변호사·언론인 등 지식인층의 대표들이 포진해 있는 데다 이들의 요구를 힘으로 억누를 수만은 없을 거란 이유에서다. 실제로 개혁주의자로 유명했던 후야오방(胡耀邦·호요방) 전 총서기의 장남 후더핑(胡德平·호덕평) 정협 위원을 비롯, 많은 개혁파가 제도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비주류여서 이번에도 큰 위력을 발휘하긴 어려울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로 인해 이번 양회도 당 지도부의 의중대로 굴러갈 거라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중국 정치에 밝은 한 소식통은 “당 지도부가 서구식 민주화와 정치체제 개혁에 대해 거부감과 의구심이 아주 강하다”며 “이 때문에 근본적인 정치체제 개혁이라는 정공법을 선택하기보다는 사회불안 요인을 하나씩 제거해 변화를 이끄는 우회적인 방법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즉 사회 안정과 경제 발전에 당 지도부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만큼 당과 정부의 지배력을 위협하는 급격한 정치개혁이 추진되긴 힘들 거란 얘기다. 최근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 국가주석이 사회관리 강화 방침을 제시한 것도 이런 배경이라는 게 정설이다.

 이 같은 상황으로 인해 이번 양회에서는 각종 시혜성 정책이나 점진적 개혁 방안이 제시돼 이를 통해 민주화 요구를 누그러뜨리려는 전략이 사용될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원자바오(溫家寶·온가보) 총리가 27일 네티즌과의 대화에서 다양한 민생 대책을 제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원 총리는 이 자리에서 부동산 가격 안정과 함께 부패 척결 및 빈부격차 완화를 강조했다.

 결국 이번 양회는 통 큰 정치개혁 논의보다는 점진적 해결책이 토의되는 수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럼에도 이번 양회가 정부의 12차 5개년 계획을 통과시키는 거수기 노릇에 머물고, 정치개혁 논의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제도권 밖의 정치개혁 요구 시위가 재분출할 수도 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양회=전인대와 정협을 통칭하는 용어다. 전인대는 1954년에 출범한 중국의 헌법상 최고 권력기구다. 헌법과 법률을 개정하고 법 시행을 감독한다. 아울러 국가주석과 부주석에 대한 임명권 행사와 함께 국가주석의 제청을 받아 총리를 선출한다. 5년마다 대표(2987명)를 선출하며 매년 한 차례 전체회의가 열린다. 정협은 중국에만 있는 독특한 기구로 각 당파·민족·사회단체 등 각계에서 명성이 높은 인물을 추천받아 구성된다. 사실상 중국 공산당의 국정 자문기구로 46년에 출범했으나 전인대가 출범하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대표(2237명)는 5년마다 선출된다.

양회에서 논의될 중국 주요 이슈

● 12차 5개년 계획 내용 심의·의결

● 경제 성장 방식 전환 방안 논의

● 정치 개혁 진행 상황 점검

● 반부패

● 소득 재분배와 빈부격차 완화

● 부동산 가격 안정과 물가 대책

● 의료제도 개혁

● 일자리 대책

● 세제 개편

● 교육 개혁

● 호구제도 개편

● 에너지 대책과 환경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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