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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관리회사도 벤처?…"H.O.T 퇴짜놓은 코스닥이 뭐예요"

중앙일보

입력

영일: "코스닥(KOSDAQ)이 뭐길래 H.O.T 소속회사를 거부하나요. H.O.T처럼 돈 많이 버는 그룹이 어디 있어요. H.O.T 이름을 딴 음료도 나왔잖아요. "
증권업협회: "학생이 잘 몰라서 그러는데 코스닥 시장에 등록하려면 여러 조건이 있어야 돼요. 팬들의 인기와 높은 수입만으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H.O.T 팬인 최고은(14.대림여중 2년)양은 최근 증권업협회에 항의했습니다. H.O.T가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대표 이수만)가 증권업협회에 코스닥 등록을 신청했으나 심의위원회에서 기각됐다는 기사(중앙일보 11월 12일자 34면)를 보고섭니다.

그러나 고은이는 코스닥이 뭔지, SM이 왜 등록하려는지 몰랐어요. 사실 코스닥을 잘 모르는 어른들도 많아요. 잘 될 가능성이 큰 벤처.중소기업의 주식을 사고 파는 주식시장을 코스닥이라고 하죠. 그러면 우선 주식을 알아야겠죠?

구멍가게 주인인 고은이가 대형할인점을 차린다고 상상해봐요. 고은이는 할인점 운영 능력도 있고 많이 팔 아이디어도 있어요. 그런데 돈이 없는 거죠. 고은이는 갖고 있는 것보다 수백배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그 돈을 몇 사람에게 빌리기는 어려운 일이에요.

자, 어떻게 할까요.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도 있죠. 하지만 은행 돈은 빚이에요. 이자도 내야하고 언젠가는 갚아야죠. 이를 차입금이라고 합니다. 또 고은이에게 돈을 떼일까봐 은행은 고은이네 집을 담보로 내놓으라하기 일쑤예요. 더 좋은 방법은 '남의 돈을 내 돈 처럼 끌어쓰는' 것입니다.

고은이네 회사에 '투자' 할 사람을 찾는 것이지요. 고은이 할인점 운영 밑천을 댄 투자자들은 이자를 받는 대신 고은이 회사의 이익을 나눠 가집니다. 이를 배당금이라고 하지요. 이때 고은이 회사가 투자자들에게 "당신은 이만큼 투자했습니다" 고 써준 증권이 주식입니다.

투자자들은 고은이 회사의 주주가 되고 주주들도 엄연히 고은이 회사의 주인입니다. 다만 '투자한 만큼' 만 주인이지요. 큰 주인이건 작은 주인이건 주주들은 고은이의 할인점 경영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권리가 있고, 고은이는 그 말을 들어야 합니다.

그래도 은행 빚보다 훨씬 안심하고 돈을 쓸 수 있습니다. 해서 주식을 통해 끌어온 돈은 '자기 자본' 으로 칩니다. 빚이 아니죠. 주식은 언제든지 사고 팔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이 회사 저 회사로 옮겨 타는 식이지요. 이런 주식을 거래하는 곳이 바로 주식시장이고요.

주식시장은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으로 나누어져요. 어느 시장에서든 아무 기업의 주식이나 마음대로 거래될 수는 없습니다. 그랬다간 망하는 회사가 많이 생겨 주주들이 큰 손해를 볼테고 그러면 시장이 서질 않지요. 따라서 증권거래소나 코스닥은 '좋은 기업' 만 고릅니다.

증권거래소가 "당신네 주식은 우리 시장에서 사고 팔아도 된다" 고 허락한 기업을 "시장에 올랐다" 해서 상장(上場)기업이라고 합니다. 똑같은 뜻이 '코스닥 등록' 기업입니다.

증권거래소 상장기업을 성숙한 '어른' 이라고 한다면 코스닥 등록기업은 한참 크는 '청소년' 입니다. 증권거래소 쪽이 훨씬 더 까다롭게 기업을 고르기 때문이지요. 대신 코스닥에는 장래성있는 중소.벤처 기업들이 많고요.

왜 이름이 코스닥이냐구요? 그런 주식 시장의 '원조' 가 미국에 있고 그 이름인 나스닥(NASDAQ)을 본떴기 때문입니다. '나스닥은 나중에 설명하기로하죠. '

이제 왜 SM이 코스닥에 등록하려는지 알겠나요? 그래요. 돈(자금) 때문이에요. SM이 H.O.T의 대규모 공연을 기획하고 음반을 내려면 큰 돈이 들지요. 그래서 SM은 코스닥 등록을 통해 27억원 어치의 주식을 팔아 돈을 마련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증권업협회는 "SM은 아직 안된다" 고 했어요. '심사 결과는 알리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에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죠. 하지만 협회 주변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유는 두 가지 정도죠. 직원이 5명밖에 안되는 등 회사가 너무 작고, 대표 한 명이 주식을 거의 다 갖고 있어 만일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회사가 제대로 굴러갈지 모르겠다는 것이지요.

이에 대해 SM은 "직원 수가 작은 것은 회사가 작아서가 아니라 계약직이 많기 때문" 이라며 "회사 조직을 바꿔 내년 상반기 중 다시 도전할 계획" 이라고 하네요. 한국의 음반기획사로는 처음 시도하는 SM의 코스닥 등록,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함께 지켜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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