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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독이 든 사과”… 중국 인터넷 ‘애플 괴담’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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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독이 든 사과’

 요즘 중국 인터넷에 돌고 있는 애플에 대한 중국인의 비아냥이다. 백설공주 이야기에 나오는 마녀의 독사과에 빗댄 것이다.

지난해 애플 하청업체의 중국 선전 공장에서 12명의 노동자가 자살을 시도한 데 이어 이번엔 또 다른 하청업체 쑤저우 공장에서 137명이 독성 화학물질에 중독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애플에 대한 감정이 악화하고 있다. 더욱이 쑤저우 공장의 독성 화학물질 중독 사실은 이미 1년 6개월 전 불거졌으나 애플은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다 지난주 뒤늦게 공개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인터넷판에 보도했다.

애플은 14일 지난해 아시아지역 127개 하청기업의 노동환경 감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10곳에서 91명의 미성년자 고용이, 4곳에선 거짓 급여 기록이 적발됐다. 아울러 애플의 하청기업인 ‘윈텍’이란 대만기업의 쑤저우 공장에선 137명의 독성 화학물질 중독 사실이 드러났다. 애플 로고가 찍힌 아이폰의 터치패널을 닦아내는 과정에서 쓴 ‘노멀헥산’이란 화학물질이 원인이었다. 액체 상태인 이 물질은 쉽게 증발하는 특성 때문에 보호장구 없이 일하면 신경계통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기 쉬워 선진국에선 사용이 금지돼 있다. 윈텍은 애플의 주문이 밀리자 2009년부터 노멀헥산을 세정제로 쓰기 시작했다.

 애플은 감사 보고서에서 윈텍에 즉각 노멀헥산의 사용을 중단토록 하고 피해를 본 노동자에겐 적절한 치료 및 보상을 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NYT의 취재 결과 이 같은 애플의 주장은 사실과 상당한 거리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NYT가 인터뷰한 윈텍 피해 노동자들은 “18개월 전부터 현기증·오한·무기력증을 호소했으나 윈텍은 되레 피해 노동자에게 퇴사를 종용했다”고 증언했다. 이뿐만 아니라 윈텍은 피해자들에게 현금을 집어주고 ‘앞으로 어떤 법적인 책임도 회사에 묻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강요했다는 것이다.

 2009년부터 피해자가 속출하자 노동자들도 중국 관청에 이를 신고하고 환경보호단체의 도움도 구했다. 지난해 1월엔 회사에서 시위도 벌였다. 중국 환경단체 36곳도 지난해 애플에 이 문제의 해명과 즉각적인 시정조치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애플은 그동안 함구로 일관했다. NYT에 따르면 피해 노동자 누구도 애플 직원이나 대리인을 만나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애플이 이를 공식적으로 시인하고 해결책을 제시한 건 지난주 발표한 감사 보고서가 처음이다. 게다가 지난해 12명이 자살을 시도한 선전의 하청기업 ‘폭스콘’에서도 올 초 두 건의 자살 시도가 추가로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에선 이 사건을 애플의 책임으로 몰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플은 자체 감사를 통해 윤리규정을 위반한 하청기업을 적발해내고 문제를 바로잡으려는 시도를 했다는 것이다. 선전 폭스콘 공장에는 애플 2인자 팀 쿡((Tim Cook)이 10차례나 직접 방문해 자살 방지 조치와 함께 급여 인상 및 처우 개선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잇따른 하청기업 스캔들로 중국시장에서 애플의 기업 이미지 실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쑤저우 공장의 독성 화학물질 중독 사고를 지난해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은 면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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