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입 수험생이 꼭 챙겨야 할 것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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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특목·자율고 입시에서 자기주도학습 전형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입시 풍토가 생겨나고 있다. 내신 성적은 물론, 비교과 항목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면접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서류 작성 능력과 함께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중요해졌다. 자신의 학업 스타일이나 진로와 연관된 학교 유형별 지원전략도 새롭게 짜야 한다. 올 고교 입시에서 주목해야 할 점을 알아봤다.

영재학교와 중복지원 가능한 과학고는 지원자 수 증가 예상

영어 내신성적으로 1차 합격자를 가리는 외고에 지망한다면 동석차 처리기준을 반드시 살펴야 한다. 전교 석차가 1등급 기준인 4%이내라 해도 동석차가 많을 경우 내신등급이 2등급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400명 중 14등을 기록한 학생인데 동석차가 30명일 경우, 표면상으로는 3.5%로 1등급이지만, 동석차 처리기준으로 다시 계산하면 2등급인 7.1%로 내려앉게 된다.

하늘교육 임성호 이사는 “만점자 수가 4%를 넘길 경우 이들은 전원 2등급이 된다”며 “이 때문에 일선 학교에서 영어시험 난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또 내신 등급은 2등급 이내까지 관리하는 것이 좋다. 표1을 보면 평균등급이 같더 라도 3등급이 있는 D학생이 그렇지 않은 C학생보다 환산점수가 1.2점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대성N스쿨 특목센터 김박현 소장은 “경쟁률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정도 점수차라면 당락을 가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1단계 통과자 숫자도 눈여겨봐야 한다. 지난해 서울권 외고는 1단계에서 모집정원의 1.5배수, 경기권 외고는 2배수를 선발했다. 만약 지난해보다 1단계 통과자 수가 늘어날 경우 영어내신 합격선은 낮아지고 반대로 서류나 면접 비중이 높아진다. 이에 따라 경쟁률도 지난해에 비해 높아질 가능성이 커진다. 서울권 외고는 올해 1단계 통과인원을 경기권 외고 수준으로 늘릴 가능성이 크다.

예비 고1부터 적용되는 2014학년도 수능 개편안이 외고생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눈에 띈다. 2014학년도 수능시험은 각 대학별로 난이도를 달리 적용할 수 있다. 현재보다 쉬운 A형과 현재 수준인 B형 중에 고를 수 있지만, 국어와 수학을 함께 B형으로 선택하지는 못하게 했다. 이 때문에 상위권 대학의 경우 국어·영어·수학 순으로 인문계열은 B·B·A, 자연계열은 A·B·B를 고를 가능성이 높다. 인문·자연계열 모두 상위권이라면 영어 B형을 선호할 것이고, 외고생이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명덕외고 입학사정관으로 학생선발에 참여한 김영민 입학관리팀장은 “학습계획서 작성의 기본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려한 미사여구로 포장하지 말고 진솔함과 구체적인 정보가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자기주도 학습 성과 항목에서 “구체적인 학습목표와 성취과정이 빠진 단순 학습과정 나열로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과학고의 경우 자기주도학습 전형 선발비율이 정원의 40%로 지난해(30%)보다 높아진다. 나머지 60%는 서류, 캠프를 통해 선발하는 과학창의성전형이다. 주목할 점은 영재학교 지원자 수가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서 중복지원이 가능한 과학고지원자 수도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2005년부터 시행한 대학부설 영재교육원 확대 정책으로 영재 교육 대상자가 급증한 학년이 올해 중3이기 때문이다.

자율형사립고, 학교별 내신 성적 반영 규정 꼼꼼히 체크해야

민사고, 용인외고, 상산고 등 전국단위 모집 자율형사립고는 각 학교별로 전형 방식이 다르다. 특히 내신 성적 반영 규정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보통 2~3학년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성적을 반영한다. 그러나 하나고는 1학년부터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성적을, 민사고는 1학년부터 전 과목 성적을 반영한다. 민사고의 경우 국어·영어·수학 가중치가 5배에 달한다. 상산고는 3학년 1학기 성적까지 반영하지만, 주요과목 중 1개 과목이라도 2학기 성적이 상위 30%를 넘지 못하면 합격이 취소된다.

면접도 잘 준비해야 한다. 민사고는 1인당 80분에 가까운 시간을 할애해 면접을 실시한다. 한국어 면접이 원칙이지만 지난해 일부 학생에게 영어 면접을 진행하기도 했다. 용인외고도 2단계에 걸친 면접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지난해엔 창의사고력 평가를 실시해 논란을 낳기도 했다. 김 소장은 “내신 성적 최상위권 학생들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전국단위 모집 자율고의 특성 상 자기주도학습계획서와 면접이 아주 중요하다”며 “실제 당락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고 전경원 입학사정관은 “우선 각 학교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학습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율고는 대부분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어 이에 맞는 자질이나 성격, 생활패턴도 주요 체크 포인트다.

 서울을 제외한 지역단위 모집 자율형사립고는 올해부터 추첨제가 폐지된다.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전환됨에 따라 내신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

* 입학사정관에게 들어본 면접 실수 사례


#1
Q. 학생부를 보니 수학 성적이 부족한데 자신만의 대책이 무엇인가.
A. 시간활용을 철저히 해 학교 수업 외에도 과외나 학원 수업 등을 통해 보강하겠다.
탈락 이유: 기숙사 생활로 월1회 귀가 규칙이 있는 학교이기 때문에 과외나 학원 보강은 불가능하다. 학교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와 인재상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경우다.

#2
면접실 인근의 화장실에서 친한 친구들과 욕설과 비속어를 섞어가며 무례한 언행을 일삼은 학생.
탈락 이유: 학업성취도 뿐만 아니라 인격과 품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내면 공부도 필수다. 화장실, 식당, 복도 등 다양한 공간에서 입학사정관들과 대면하게 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3
왜 하나고를 지원했냐는 질문에 “외국어 특기자로 성장하고 싶다”고 대답한 학생.
탈락 이유: 자사고 보다는 외고로 진학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판단된다. 자신의 진로를 구체화하기 위해 왜 해당 학교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는지 명확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4
기본적인 수준인데도 해마다 오래 달리기나 윗몸 일으키기 등 체력검사에서 불합격 되는 사례가 늘고있다. 학업을 성실하게 수행할 수 있는 기초체력을 다져야 한다.

[사진설명] 특목고와 자율형 사립고 등 선발권을 가진 학교들의 입시는 이미 시작됐다. 지원전략의 핵심은 지원자 자신과 해당학교의 분석에 있다.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사진="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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