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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완전복구 했다더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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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개통 7년 만에 첫 탈선사고가 난 KTX의 광명역 현장 복구가 다음 달이나 돼야 끝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KTX 탈선사고 직후 31시간 만에 완전 복구한 뒤 정상운행한다던 코레일의 공식 발표와는 다른 것이다. 이에 따라 코레일이 실제 복구 일정과 달리 말만 앞세우고 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김흥성 코레일 대변인은 사고 다음 날인 12일 “사고 발생 31시간 만에 복구를 완료하고 KTX가 정상운행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김 대변인은 당시 “12일 오후 7시까지 사고구간의 선로와 전차선·신호설비 등의 복구를 완료했다”며 “사고구간에서 KTX의 속도를 시속 90㎞서 45㎞로 줄일 뿐 정상운행한다”고 말했다. 허준영 사장도 15일 사고 현장을 방문해 복구 작업을 둘러봤지만 ‘복구완료 후 정상운행’이라는 코레일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코레일의 공식 발표와 달리 사고구간에선 선로(레일)와 신호설비 등에 대한 복구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코레일은 17일 사고 구간에서 열차가 다른 레일로 갈아탈 때 레일을 이어주는 장치인 분기기 2개를 철거했다. 10량으로 편성했을 때 빈 차 무게만 403t인 KTX산천이 탈선하면서 분기기와 레일 등을 덮쳐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또 19일까지 사고 구간의 서울로 향하는 상선 레일(53m)과 부산으로 가는 하선 레일(230m) 2열씩을 각각 교체한다. 분기기는 27일까지 새로 부설한다. 코레일의 한 관계자는 “충북 오송의 철도시설장비사무소에서 레일을 가져다 전기용접을 해야 돼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말했다.

 정비인원이 부족한 것도 복구작업이 지체되는 원인이다. 코레일은 그동안 시설·전기·차량과 관련된 인원 2900여 명을 감축했다. 코레일이 작성한 ‘광명역 탈선사고 복구 계획’에도 정상운행은 다음 달 2일께나 가능할 것으로 돼 있다.

 광명역의 탈선사고는 컨트롤박스(레일밀착쇄정장치)를 제대로 정비하지 않고 임시조치만 취한 뒤 무리한 운행을 계속한 것이 화근이 됐다. 따라서 코레일이 복구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채 정상운행만 강조하다 또 다른 사고를 낳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철도기술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복구를 끝냈다고 강조만 할 것이 아니라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승객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정훈·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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