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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음대 ‘도제식 교육’ 논란, 공론화해 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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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내 음악계가 ‘도제(徒弟·apprentice)식 교육’ 방식을 놓고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대 본부에 제출된 ‘음대 교수의 제자 폭행’이란 내용의 진정서가 단초가 됐다. 이 진정서에는 한 교수가 제자들을 상습적으로 때렸으며, 음악회 입장권을 강매하고 선물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담겼다고 한다. 진상은 서울대의 조사에서 드러나겠지만 이런 잡음이 불거진 원인과 배경을 교육적 관점에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의혹의 한복판에 선 김인혜 서울대 음대 성악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도제식 훈육(訓育) 전통을 ‘폭행’으로 폄훼하면서 빚어진 오해라는 입장이다. 그는 “성격이 다혈질인 데다 과격하다 보니 학생을 가르칠 때 배나 등을 때리고 머리를 흔드는 게 셀 수 없지만 폭행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자신의 대학 시절 “지도교수에게 혼이 나 울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도제식 훈육은 성악에 필수며 그런 게 당연하다고 배워 왔고 또 그렇게 가르쳐 왔다”고 했다. 티켓 강매와 선물 요구 의혹도 강하게 부인했다.

 예술의 특성상 도제식 교육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사제(師弟)가 ‘인간적인 접촉’을 통해 함께 호흡할 때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작품이 탄생한다. 하지만 제자가 스승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교육 방식이다 보니 종속적인 관계로 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실력과 함께 ‘연줄’을 중요시하는 우리나라 예술계 풍토에선 그럴 소지가 더욱 크다. 영향력이 큰 교수의 독선 앞에서 학생은 희생을 강요당하는 잘못된 문화가 싹틀 수 있다. 교수의 공연 때 학생이 입장 티켓을 사줘야 하고, 때가 되면 선물을 건네는 일부의 부적절한 사제관계가 도마에 오른 적도 있다.

 도제식 교육에는 양면이 있을 것이다. 스승의 기량을 그대로 전수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예전의 관행을 고집하다 보면 시대의 흐름을 맞출 수 없는 약점이 있다. 이는 서울대 음대뿐 아니라 음악계 전체가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로스트로포비치(Rostropovich)를 빼고 첼리스트 겸 지휘자 장한나의 오늘을 상상할 수 있을까. 장한나는 그를 “나의 진정한 스승”이라고 자랑했다.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도제식 교육과 진정한 사제관계를 재정립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