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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기업 팔 비틀기가 아니라 현장 행정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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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기업인 만났다고 무조건 ‘팔 비틀기’라고 하면 (정부는) 탁상행정만 하라는 말이냐.”

 임종룡(사진) 기획재정부 1차관의 항변이다. 최근의 전방위 물가 압박이 ‘팔 비틀기’가 아니라 ‘현장 행정’이란 얘기다. 최근 업계를 중심으로 정부의 움직임에 대한 볼멘소리가 나오자 15일 그는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이 자리에서 임 차관은 “물가 안정을 위해선 기업이 가격을 왜 올리는지, 앞으로 어떻게 가격을 움직일 건지 물어보고 정부 시책도 설명해야 한다”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그런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물가 관리를 지속적으로, 흔들림 없이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유사와 통신사에 대해서도 재차 압박을 가했다. 휘발유는 ‘오름 폭’을 문제 삼았다. 최근 몇 년간 유가가 오르는 사이 국내 고급 휘발유뿐 아니라 보통 휘발유도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올랐다는 주장이다. 재정부는 국제 유가가 저점이었던 2008년 12월과 지난달 1~3주까지 휘발유 가격 상승 속도를 비교하면 한국을 포함한 4개국 평균은 L당 330원이 올랐지만 우리나라는 L당 373원이 올랐다고 밝혔다. 이렇게 휘발유 가격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오르면서 국내·국제 휘발유 가격 간 격차도 점차 확대됐다는 것이다. 이어 SK·에스오일 등 정유사의 영업이익이 급증한 데는 이런 가격 차도 한몫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임 차관은 통신비와 관련해서도 “지난해 통신 3사는 매출액의 22.7%를 마케팅 비용으로 지출하면서도 영업이익은 4조7000억원에 달했다”며 “소비자의 요금부담을 통해 높은 수익을 지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번 주 중 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통신요금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요금체제의 적정성 등을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휘발유값 비교만 해도 나라마다 제품 품질 등이 달라 비교에 한계가 있는 데다, 비교 시점과 기간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나라마다 휘발유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조금씩 달라 분석 시점 등에 따라 어디가 더 오르고 어디가 덜 올랐는지 다른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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