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 몇 천만원만 물어주면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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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섬데이’ 작곡자로 표절 논란에 휩싸인 박진영씨.

국내 가요계의 고질병인 표절에 대한 근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수 겸 작곡가 박진영씨가 작곡한 아이유의 ‘섬데이(Someday)’가 표절 시비에 휩싸이면서다. ‘섬데이’는 애쉬의 2005년 곡 ‘내 남자에게’의 멜로디·코드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내 남자에게’의 작곡자 김신일씨는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 본지 2월 14일자 2면><▶ 본지 2월 14일자 29면><▶ 본지 2월 14일자 29면>

◆해묵은 표절논란, 왜?=표절 시비는 가요계에서 끊이지 않고 벌어졌다. 일종의 난치병이다. 가요계의 도덕 불감증도 꾸준히 도마에 올랐다. 예컨대 지난해 6월엔 가수 이효리의 ‘표절 쇼크’가 있었다. 이효리 4집 앨범 가운데 6곡이 표절로 드러났다. 곡을 쓴 작곡가 바누스는 외국곡을 그대로 베껴 이효리 측에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바누스는 사기 혐의로 고소됐고, 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아이돌 그룹 ‘씨엔블루’의 히트곡 ‘외톨이야’도 지난해 초 표절 시비를 겪었다. 인디밴드 와이낫의 ‘파랑새’의 멜로디·코드를 표절한 의혹을 받았다. 결국 와이낫 측의 고소로 현재 법정 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하지만 표절 논란이 실제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그 때문에 가요계에선 “표절은 논란만 있고 결론은 없는 사건”이란 푸념도 나온다. 표절 피해를 본 원작자에게 부담되는 소송 비용과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다.



  현재까지 표절 판정을 받아 배상 판결이 내려진 경우는 2006년 MC몽의 ‘너에게 쓰는 편지’가 유일하다. 그룹 더더의 ‘잇츠 유’를 표절했다며 1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원작자 강현민씨는 저작권료 2000만원을 더해 총 3000만원을 MC몽 측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중문화평론가 강태규씨는 “표절 판결이 나도 몇 천만원만 물어주면 된다는 생각 때문에 손쉽게 표절에 손을 대는 경우가 많다. 악의적인 행위에 대해 손해액보다 훨씬 큰 액수를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표절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영국 등 저작권이 엄격히 적용되는 국가에선 표절을 반사회적 범죄로 구분해 처벌하고 있다. 예컨대 비틀스 출신의 조지 해리슨은 1976년 그룹 시폰즈의 노래를 표절했다는 판결을 받고 약 7억원을 원작자에게 배상했다.

 표절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표절에 대한 최종 판단은 법원이 내리게 돼있다. 피해를 본 원작자가 한국저작권위원회에 감정 의뢰를 하면, 감정 결과를 토대로 판사가 최종 판단을 한다.

◆박진영의 표절 의혹 해명=표절 논란에 휩싸인 박진영씨는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김신일씨가 내가 표절했다고 말한 후렴구의 멜로디는 ‘호산나’(2002) ‘오피셜리 미싱 유’(2003) 등 다른 유사한 곡이 있다”며 “그렇다면 김신일씨도 표절한 것이냐.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김신일씨는 “박씨가 문제 삼은 곡들은 ‘내 남자에게’와 화성·멜로디, 곡의 분위기가 다르다”며 “밝혀야 할 부분은 ‘섬데이’와 ‘내 남자에게’의 유사성”이라고 말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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