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글로벌 금융 기회 삼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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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어제 신한금융지주 새 회장에 한동우 전 신한생명 사장이 내정됐다. 6개월 가까이 끌어왔던 내분 사태가 사실상 일단락된 셈이다. 하지만 신한금융은 이제 시작이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한 내정자의 어깨는 매우 무거울 것이다. 심각했던 내부 갈등을 봉합하고 땅에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 과거 수십 년간 신한을 이끌어왔던 라응찬 전 회장의 구(舊)체제에서 환골탈태해 글로벌 금융사로 도약할 수 있는 신(新)체제도 만들어내야 한다. 이 모든 게 내정자의 역량에 달려 있기에 그에게 거는 기대 역시 매우 크다.

 돌이켜보면 신한 사태는 한국 금융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었다. 신한은 국내 최고의 금융그룹이다. 그런 금융사에서 현직 은행장이 현직 지주회사 사장을 고발했으며, 그 과정에서 온갖 불법과 탈법이 자행된 사실이 드러났다. 평직원도 아닌 최고경영자(CEO)들이 차명계좌를 만들고, 고객이 맡긴 예금을 횡령하고, 주주들과 비정상적인 거래 행태를 일삼았다. CEO의 불·탈법을 감시해야 할 이사회도 전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특히 국내 주주는 무시하고, 재일교포 주주들의 환심만 사기 위해 벌였던 행태는 국민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 금융감독 당국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사실상 방관함으로써 내분의 장기화에 일조했다.

 신임 회장 선출 과정에서도 파벌싸움이 대단했다고 한다. 내정자 역시 전임 회장의 지원을 받았다는 얘기가 무성하다. 설령 그렇더라도 회장이 된 이상 이제는 ‘누구의 편’도 아닌 신한금융의 편임을 명심해야 한다. 과거의 얼룩을 말끔히 지우면서 글로벌 금융사로 도약할 수 있는 새 틀을 속히 만들어야 할 것이다. 지배구조를 새로 짜고 후계자 육성 프로그램도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위기는 곧 기회다. 한 내정자는 이번 사태를 신한이 초일류 글로벌 금융사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 이런 점에서 내분 당사자들이 사퇴선언을 한 건 높이 평가할 만하다. 신한을 위해 자신들이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