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선양의 학교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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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올해 졸업한 윤희선(사진)양은 얼마 전까지 학생회장이었다. 서여중을 대표하는 학생으로서 각종 봉사활동과 행사를 치르면서 생긴 학교사랑은 남다르다. 교실을 떠나는 윤양을 만나 풋풋한 학교 이야기를 들어봤다.

-학창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병원 창가의 미남오빠 등장사건. 학교의 바로 옆은 순천향병원이다. 그래서 창문 밖을 보면 병실 베란다가 보인다. 그런데 어느 날 선생님께서 자습을 주셔서 아이들과 신나게 수다를 떠들던 중 어떤 한 친구가 “야야야 저기봐! 순천향병원 꽃 미남이다 꽃미남!”이라며 병실 베란다를 가리켰다. 베란다엔 고등학생쯤 돼 보이는 남학생이 서있었다. 여중생이라 남자에 한참 호기심이 많았고, 여중이라 남자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던 친구들인지라 순식간에 아이들이 창가에 매달려 환호성을 질렀고 수업 중이던 옆 반 아이들도 우리 반의 소리를 듣고 곧 창가의 미남오빠를 발견하곤 합세를 해 환호성을 질렀다. 화가 나신 선생님 때문에 환호성은 곧 수그러들었지만 미남오빠 등장사건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서여중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은.

 “사제간의 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서여중은 사립학교라서 모든 선생님들이 학교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은 선생님들과 굉장히 친한 편이다. 다른 학교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교무실은 중요한 볼 일이 있을 때만 간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 학생들은 선생님들을 보러 자주 교무실을 찾아 간다. 선생님들의 재미난 별명 또한 서여중하면 빼 놓을 수 없는 이야깃거리다. 한 선생님께선 수업 들어가는 반마다 전통적으로 홍보를 하고 다니시는 것이 있으신데, 바로 ‘부리부리 눈, 오똑한 코, 앵두 같은 입술’이라며 자신의 외모를 평가하신다. 서여중 졸업생이 갑자기 다가와 인사를 하는데 그 학생이 기억이 나지 않으실 때면 “서여중 졸업생? 그럼 내 눈·코·입은 어떻게 생겼지?”라고 확인을 하셔서 답이 나오면 진정한 졸업생으로 인정을 해 주신다.”

- 그 밖의 서여중만의 자랑은.

 “우리학교에는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매점이 있다. 물론 고등학교를 올라가면 매점은 모두 있겠지만 천안지역의 대부분의 중학교에는 매점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침을 먹고 오지 않았다던지 출출할 때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매점을 찾는 쏠쏠한 재미도 맛볼 수 있다. 비록 너무 자주 애용하면 부작용이 일겠지만, 가끔 매점을 찾아 빵을 먹고 나면 나오는 스티커를 모으는 취미도 생기고 좋을 것이다. 또 하나는 여학교의 파워다. 선생님을 제외한 모든 학생들이 여학생이다. 학교 행사나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도 여학생이라고 부끄러워하거나 소심해하지 않고 모두 당당하게 이뤄낸다. 남학생이 없는 만큼 힘들고 어려운 일도 협동심으로 다 해결해 나간다. 혼자서 들 수 없는 무거운 물건도 서로서로 힘을 나눠가면서 옮긴다. 서로의 어깨를 두드려가며 친구들과의 정으로 똘똘 뭉친다.”

-서여중에 대한 오해.

 “학교 옆에는 천안여자상업고등학교가 붙어 있다. 서여중 학부모님들이 자녀가 여상학생과 서로 충돌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셔서 그런지 이번 신입생 예비소집일 때도 그 질문을 많이 했다. 하지만 여상과 여중은 강당과 운동장을 공동사용 하는 일 빼곤 접촉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충돌할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여자아이들만 있기 때문에 따돌림을 많이 받는다는 소문이 있는데 학생 자신이 활발하고 적극적이라면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후배들에게 한 마디.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새내기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 되면 항상 옆 친구에게 위화감을 받게 된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 질 일도 두려워하고 망설여진다. 그럴 때 일수록 자신의 공부를 사랑하고 믿어보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일이 틀어져도 스스로를 용서하고 ‘씨익’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도 필수요소이다. 친구들과 울고 웃고 즐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으면 한다. 친구가 잘 되었을 땐 진정으로 기뻐해주고 내게 좋은 일이 있을 때 축하해 주는 친구를 소중히 여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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