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날아든 비수 한 자루-흑4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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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본선 8강전>
○·원성진 9단 ●·박정환 9단

제4보(37~50)=조훈현 9단은 박정환에게 “일인자만의 무기를 만들어라. 그렇지 않으면 이세돌 9단을 이길 수 없다”고 충고했다. 이창호의 ‘계산’, 유창혁의 ‘공격’, 이세돌의 ‘전투’는 곧바로 가슴에 와닿는다. 박정환 9단은 모든 분야가 다 강하지만 왕년의 황제 조 9단은 그걸로는 안 된다고 단언한다. 섬광처럼 번득이고 선혈처럼 선명한 어떤 것, 치명적인 나만의 무기, 그게 필요하다고 한다.

 백△로 먼저 단수했기에 37은 흑 차지가 된다. 과거의 눈으로는 37자리는 놓칠 수 없는 근거의 요소다. 현재의 시각은 다르다. 귀보다 중앙을 중시하고 두터움을 더욱 높이 평가한다. 41까지 신형 정석 완료. 42는 반상 최대의 곳으로 백△를 둘 때부터 계획된 수다.

 원성진 9단의 44에서 느릿한 승부호흡이 감지된다. 판세는 팽팽하지만 그는 흐름이 괜찮다고 느끼고 있음이 분명하다. 46은 ‘참고도 1’을 기대한 것인데 흑도 나쁠 리 없다. 그러나 박정환은 이 진행을 약간 중복이라고 본 듯 47로 강하게 끼워왔다. 드디어 조용하던 바둑판에 날카로운 비수 한 자루가 날아들었다. 여기서 ‘참고도 2’ 백1로 물러서는 것은 4로 끊겨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원성진의 48 역시 최강의 대응인데 A의 축 이후가 어렵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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