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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예멘은 버티기, 시리아·요르단선 당근정책

중앙선데이

입력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는 요즘 ‘이제 그만 리비아(Enough Libya)’라는 동영상이 유포되고 있다. 42년 독재자인 무아마르 카다피 최고지도자에 대해 퇴진을 요구하며 리비아 네티즌이 만든 영상이다. 영상은 “국민들이 고통, 배고픔, 가난으로 고통받을 때 카다피는 편히 살고 아들들은 벌거벗은 여자들과 술파티를 벌였다”며 신랄하게 비판한다. 네티즌들은 또 블로그에 ‘이제 그만(enough) 리비아’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있다. 이집트 혁명의 원천이 된 ‘키파야(이제 그만, enough)’ 구호를 모방한 것이다.

리비아 반정부 세력이 잡은 D-데이는 2월 17일. 지난달 알 바이다, 바르나 등 리비아 전역에서는 산발적인 민주화 시위가 있었다. 정부는 소총으로 무장한 경찰을 동원해 시위대를 진압했다. 네티즌들은 “우리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카다피가 떨고 있다”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카다피는 버틴다. 그러나 상황이 심상치 않은 나라들이 있다. 벤 알리, 호스니 무바라크의 다음 차례가 될까 겁을 먹은 지도자들이다.

예멘의 알리 살레 대통령은 3일 “임기가 끝나는 2013년 이후 대통령 임기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여당인 국민의회당(GPC)이 지난달 살레 대통령의 종신 대통령 연임을 가능케 한 헌법 개정안을 의결한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조치다. 하지만 거리에 나와 있는 수천 명의 대학생들은 여전히 살레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3일 예멘의 수도 사나에서는 ‘분노의 날’이라 명명된 시위에 2만 5000명의 시민이 모였다. 예멘은 돈도 없고 석유도 없는 빈국으로 실업률이 35%, 빈곤율은 45%에 달한다. 살레 대통령은 1978년 남북 예멘으로 분리돼 있던 시절 북예멘에서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이래 통합예멘에 이르기까지 33년째 정권을 잡고 있다. 버티는 사례다.

그러나 유화 조치가 일단 대세다.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알제리 대통령은 10일 계엄 해제 카드를 꺼냈다. 한국의 계엄령에 해당하는 국가비상사태를 해제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국가비상사태는 1992년 정부군이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세력을 소탕하는 과정에서 선포돼 19년간 지속돼 왔다. 내전이 잠잠해진 이후에는 주로 수도 알제 같은 도시에서 시위를 금지하는 구실로 쓰였다.

시리아 정부는 최근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한 자국 내 접속 차단을 해제했다. 이들 SNS 서비스는 튀니지·이집트의 민주화를 촉진하는 주요 매개가 됐다. ‘차단을 해제한 대신 네티즌의 인터넷을 감시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있지만 국민들은 정부의 조치에 환영하는 반응이다. 인구 150명당 1명꼴로 비밀경찰 ‘무카바라트’를 배치해 감시하고 있는 시리아는 중동 국가 중에서도 가장 억압적인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1999년 아버지 하페드 알아사드 전 대통령이 사망한 뒤 지금까지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부자 세습기간이 40년이다. 2006년 유엔개발계획(UNDP)의 조사에 따르면 시리아의 실업률은 30%, 빈곤층은 1800만 인구 가운데 27%인 500만 명이나 된다.

그러나 이집트·튀니지 사태 이후 태도를 바꿨다. 지난달 31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알아사드 대통령은 “지방선거를 실시하기 위해 정치개혁을 추진하고 비정부기구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말했다. 언론 탄압 비판에 대해서도 “새로운 미디어법을 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시리아의 정치시스템 개방에 앞서 정치 제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퇴진에 대해서는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집트와 국경을 맞댄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도 내각 해산으로 국면 전환을 꾀하고 있다. 이달 4일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는 1000명 시민이 고물가와 실업 문제 등 경제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시위를 벌였다. 정권퇴진 구호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민주화 바람이 부는 것이다.
압둘라 2세는 재빨리 실업 대책 실패 등의 책임을 물어 사미르 리파이 총리 내각을 해산했다. 후임 총리로는 군 장성 출신인 마루프 비키트 전 총리를 재기용했다. 그는 또 이슬람 지도자들을 만나 개혁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슬림 형제단 등 야권 정파들이 입헌 군주인 압둘라 2세의 축출까지는 목표로 삼지 않고 있어 다른 아랍국가에 비해서는 나은 상황이다. 입헌군주제인 요르단은 1999년 왕위에 오른 압둘라 2세가 23년째 지배하고 있다.

불만을 돈으로 해결하는 지도자도 있다. 하마드 빈 이사 알칼리파 바레인 국왕은 14일로 예정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앞두고 가구마다 1000디나르(약 298만원)씩 지급하겠다고 11일 발표했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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